노르웨이 13일 자동차여행을 마치며...
확실히 노르웨이는 물가가 비싸다.
하루 숙박하는데 꼭 있을 것만 있는 호텔도 1000 크로네(135,000원) 이상이다. 생수도(수도물 먹어도 되는 나라지만), 맥주도, 과일도, 모든 것이 비싸다. 이렇게 비싼 나라는 사실 여행한다는 것이 스트레스다. 귀국하고 청구될 카드값이 걱정된다. 숙박비를 아끼겠다고 한국에서 텐트도 사서 가져갔지만 13일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비가 너무 많고 추웠다.
카드로 거의 모든 곳에서 지불이 가능하다. 도심의 무인주차장 기계도 대부분 카드가 가능할 정도니... 가져갔던 비상금(달러와 유로)은 그대로 들고 나왔다. 3000 크로네를 ATM 에서 현금서비스 했는데 별로 쓸일이 없었다. 결국 마지막 렌트카 주유를 현금으로 하면서까지 털어내야 했다.
13박 중에서 7박을 Airbnb 숙소를 이용했다. 값도 싸지만 부엌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노르웨이 사람들 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떠나기 전에는 혼자서 13일 동안 고독을 씹으면서(?) 다닐 줄 알았는데 Airbnb 호스트들과 대화하느라 외로움을 느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호스트들의 모습에서 존재의 의미를 살짝 엿보기도 했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자연도 좋았지만 호스트들과의 가식없는 대화속에서 의미와 즐거움이 있었다. 역시 인간인 나도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노르웨이를 갈 때는 인천-암스테르담-크리스티앙샌드였지만 귀국 항공편은 크리스티앙샌드-암스테르담-오사카-인천이다. 귀국날짜를 바꾸면 굳이 오사카를 경유할 이유가 없었는데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내 무의식에 있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오사카 경유 항공편을 결제해 버린 이유이다. 15년 전의 간사이공항에서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다. 초등 6학년인 아들과 단둘이 ANA 항공편으로 인도로 가던 길에 간사이공항 긴의자에서 잤던 밤을...
암스테르담에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 11시간이다. 내 좌석은 3-3-3 배열의 제일 가운데 자리이다. 변경이 안된단다. 아마도 워낙 싼표라... 11시간을 가운데 자리에서 버틸 자신이 없다. 결국 앞뒤 간격이 좀 더 넓은 복도자리를 샀다.
무려 166,000원주고...
인천과 암스테르담을 운행하는 비행기는 보잉747-400 이고 오사카와 암스테르담을 운행하는 비행기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이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보잉 747 은 낡은 비행기이다. 예전에는 제일 좋았지만... 앞좌석 등판에 달린 모니터의 크기도 작고, 어둡고, 해상도도 꽝이다. 이코노미 좌석의 크기도 차이가 난다지만 그것은 잘 모르겠고 787 은 보잉의 가장 최신비행기이다. 모니터도 크고 밝고 해상도도 좋다. 창문덮개없이 버튼으로 투과되는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좌석마다 전원콘센트도 있다. 747이 커서 좌석수는 더 많지만 787은 연비가 훨씬 좋고 조용하다. 한국과 일본을 차별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슬쩍 든다.
자본주의에서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이즈음 항공사들은 무한경쟁에 돌입하여 경비를 줄이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뿐 아니라 단골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많이 이용하여 단골 고객이 되면 비행기에 먼저 태우고 부친 짐도 먼저 나온다. 이것을 차별이라 생각하면 단골 고객이 될 수 밖에 없다. 비즈니스석은 점점 고급화하여 이제는 완전히 누울 수 있다. 다 같던 이코노미 좌석도 세분하여 예전 비즈니스석 같이 넓지만 식음료서비스는 이코노미와 같은 좌석, 앞뒤 간격만 조금 넓은 좌석, 심지어 비상구 부근 좌석까지 웃돈을 받고 판다. 항공사마다 좀 다르지만 첵인 전에 자신의 좌석을 지정하고 싶으면 추가의 돈을 내야 한다. 부치는 짐의 중량도 엄격히 관리하여 추가화물에 대한 비용도 꼬박꼬박 챙긴다. 점점 비행기 탈 때마다 짐이나 좌석에 대해 신경쓸 일이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안들리는 좌석에 추가요금을 매길지도 모르겠다. 옆에 앉는 사람의 몸무게도 추가요금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간사이 공항도 많이 복잡해졌다. 특히 북쪽과 남쪽으로 길게 확장하여 셔틀트레인을 타고 이동할 정도가 되었다. 화장실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는 공항, 모든 콘센트가 110인 공항이다. 15년 전의 깨끗함도 이제는 바랬고 예전의 여유를 찾을 수 없다.
이제는 다 커버린 아들과의 추억의 장소도 못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