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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1. 2017

배낭을 싸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바이칼 근처 이르쿠츠크에서


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세계지리를 처음 배웠던 때가... 시베리아 중앙에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호인 바이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길쭉한 나뭇잎 모양의 큰 호수가... 전 세계 담수의 20%가 바이칼호에 있단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가볼 것 같은 예감이 있었다.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 왔다. 육순의 나이에 바이칼 보러... 시베리아 항공 s7의 에어버스 320이 바이칼을 가로질러 이르쿠츠크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탑승교조차 없는 시골 공항이다. 이르쿠츠크 인구가 60만이 넘고 이 일대에 100만 명이 살고 있다는데... Passport control을 지나고 세관을 순식간에 통과했다. 이즈음 러시아는 비자도 필요 없고, 입국심사와 세관 통과에 아무런 서류도 필요 없다. 예전의 러시아가 아니다. Arrival hall로 나오자 친구가 마중 나와 있다. 친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하는 시베리아 횡단 기차를 3박 4일 동안 혼자 타고 나보다 몇 시간 먼저 이르쿠츠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함께 바이칼 일대를 돌아볼 예정이다.

배낭을 싸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빠트리지 않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리스트 보지 않고도 잘 싼다. 그러나 나이 들면 자꾸 빠트린다. 나이 들면 자꾸 흘리고 다닌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고 시야도 좁아지니 당연한 일이다. 흘려서 잃어버리거나 챙기지 못해서 불편하거나 했을 때 너무 속상해할 것 없다. 당연한 일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 한두 시간 만에 열흘 이상을 여행할 짐을 싸다 보면 당연하다. 돈으로 메꾸거나 몸으로 때우면 된다. 그 정도의 돈과 아직 쓸만한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런데도 속상해한다.

"너는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단다.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야..."

'코스모스'를 쓴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어린 딸에게 한 말이란다.

내가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왼쪽이 바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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