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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3. 2017

이르쿠츠크 에어비앤비 호스트 빠샤

좋은 냄새를 피우고 싶다.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현관문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 좋은 향수 냄새가 아직 은은하게 남아 있다. 웬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 좋은 일이 꼭 생길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여인이 이렇게 좋은 냄새를 피우고 다니는지 은근히 궁금하다.

아침골프를 함께 할 친구를 새벽에 픽업했다. 주차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동안 막 담배 한대를 피웠나 보다. 차문을 열고 타는데 담배냄새가 확 난다. 그리고 꼬리한 냄새도 난다.
"너 머리 안감았냐?"
"골프 치고 골프장에서 샤워할텐데 왜 감어?"
골프장 가는 한시간이 고역이었다.

바이칼을 보기 위한 첫 기착지인 이르쿠츠크의 숙소를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했다.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아파트 전체를... 집주인 빠샤를 만나 열쇠를 받았다. 아파트 자체는 소련연방 시절에 지어진 뻔하고 낡은 아파트지만 실내 인테리어를 완전히 개조하여 내부는 비교적 깨끗하다.

문제는 냄새다.

이불뿐 아니라 침대 매트리스에서 러시안 특유의 냄새가 난다. 꼬리꼬리한 발냄새 같기도 하고... 집주인 빠샤에게 이불에서 나는 냄새를 맡아보게 했다. 냄새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내가 빠샤의 가슴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거기서 난다. 빠샤의 몸냄새가 매트리스를 비롯한 침대 전체에 배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빠샤가 이 냄새를 맡을리 없다.

사람은 자기만의 냄새가 난다. 몸에서 나고 옷에서도 난다. 자주 씻고 자주 빨아도 난다. 사춘기 아들의 방에서도 독특한 냄새가 났다. 나이들면 침의 분비가 적어져 입냄새도 심해진다. 아침에 혈압약을 먹으면 오전에 입속이 마른다. 혈압약 성분이 이뇨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란다. 노인들의 방에서도 냄새가 난다. 노인의 체액에 지방성분이 많아져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노넨알데하이드가 몸에서 배출되기 때문이란다. 이 성분은 보통 비누로 잘 없어지지 않아 전형적인 노령사회인 일본에서는 노넨알데하이드 성분을 씻어내는 독특한 비누가 오래전부터 개발되어 팔리고 있단다.

이즈음 일본에서는 직장내의 스메하라가 문제란다. 스메하라는 냄새의 smell 과 괴롭힘을 뜻하는 harassment 의 일본식 합성어이다. 냄새에 민감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중년 남자들의 냄새가 담배냄새, 술냄새와 결합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란다.

매일 샤워하고 자주 빨아도 냄새는 난다.

특히 몸에 만성병이라도 있으면 더하단다. 혈압약이나 당뇨병약도 냄새를 만들어 낸단다. 몸이 변하고 있다. 신체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맡은 향수라도 뿌려볼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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