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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3. 2017

Baykalskiye Medvedi at Utulik

친절하고 날씬한 러시아 여인


Utulik 은 대각선으로 길게 누운 바이칼호의 서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지만 장거리 기차는 정차하지 않는다. 바이칼호 서쪽 끝에 위치한 중요한 역인 슬루단카에서 하루 두번 다니는 전동차로 갈아타야 한다. 전동차는 고작 세칸이었다. 슬루단카에서 7개의 간이역을 지나면 Utulik 이다. 지나온 간이역보다는 크지만 Utulik 에도 역이라 할만한 것은 없다. 플랫폼과 벤치 몇개만 있다. 시베리아 횡단 기차들이 자주 지나가지만 Over pass 나 Under pass 조차 없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 레일 위를 직접 건너 다녀야 한다. 지나가는 기차가 가까이 올 때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말이 확성기에서 나온다. 기차오니 조심하라고...

일종의 Holiday park 인 Baykalskiye Medvedi 에 짐을 풀었다. 부킹닷컴으로 예약하고 왔건만 리셉션의 마리나는 영어를 전혀 못한다. 마리나가 자신의 노트북에 구글번역기를 구동시켰다. 키보드 자판을 영어와 러시아어로 계속 바꾸면서 의사소통하여 간신히 방을 배정 받았다. 방으로 가는 중에 젊은 러시아 여인 세명이 수영장 옆 선베드에 누워 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이르쿠츠크에서 슬루단카까지 두시간이 넘는 미니버스와 슬루단카에서 한시간 넘게 기다려 전동차를 타고 Utulik 에 왔다. 처음 예약한 숙소가 추가요금을 요구하여 다시 찾은 곳이 이곳이다. 10키로가 넘는 배낭을 메고 3키로 이상을 걸었다. 당연히 맥주가 당긴다. 마리나에게 맥주를 살만한 곳을 물으니(구글번역기를 통해), 자기 딸하고 같이 갔다오란다. "나자, 나자." 하고 마리나가 소리치자 아까 수영장 선베드에서 본 러시아 여인이 나타났다. 마리나가 나자에게 러시아말로 할 일을 설명을 해준다. 슬리퍼 신은 날씬한 나자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워낙 인적이 드문 숲속에 숙소가 위치하고 있다.

나의 러시아 경험에서 나자라는 러시아 이름이 처음이다. 나탈리아가 나타샤, 따띠아나가 따냐, 쏘냐, 올가, 옥산나 등은 들어봤다. 나자 역시 애칭일 것이다. 알고 있는 러시아 문장 중에 하나인 "까끄 바스 자붓?" 하니 의아한 눈빛으로 "나자." 한다. "따띠아나 따냐, 나탈리아 나타샤." 하니 그제서야 이해한 듯 "나제르다." 한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나제르다와 러시아어를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의사소통은 뻔하다. 그래도 나제르다와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다. 나제르다도 이런 경험이 처음인 것 같다. 물웅덩이를 피해 지나며 숲길을 한참 둘이 걸었다. 미끄럼틀과 농구대가 있는 학교를 지나 한참을 갔다. 이렇게 멀 줄 몰랐다. 이렇게 멀 줄 알았으면 아마 맥주를 포기했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혼자가 아니고 날씬한 러시아 여인과 함께라는 것이다. 드디어 마가진(식료품가게)에 도착했다. 맥주를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들고갈 봉지를 구하는 모든 애매모호한 과정을 나제르다가 꼼꼼하게 챙겨준다. 친절함에 배려심까지...

저녁식사 시간에 웬 러시아 아줌마가 나타나 씩씩하게 영어로 얘기한다. 필요한거 있으면 자기에게 말하라고... 내 나이 또래의 이 러시아 아줌마 루드밀라는 영어선생이었단다. 마리나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가 자신의 엄마란다. 조카인 마리나가 모시고 사는 엄마보러 앙가라스크에서 왔단다. 그녀도 내가 궁금한가 보다. 이 러시아 촌구석에 무슨 볼일이 있어 왔는지가... 루드밀라에게 물었다.

마리나의 딸 나제르다가 몇살이냐고...

다음달 8월에 11살 된단다.

나제르다, 안드레이, 루드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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