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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1. 2017

바이칼에 대한 환상과 동경

시베리아의 진주


환상의 국어사전 의미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이다. 동경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을 간절히 그리워하여 그것만을 생각함' 이다.

안가본 곳, 못 가본 곳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동경이 있다.

파란 하늘, 때 묻지 않은 산과 푸른 바다에 대한 동경은 거의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닷가에 누워 맥주나 모히또 한 잔을 옆에 두고 파란 하늘과 흰구름을 보는 광경은 무수히 많은 광고영상이나 사진에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그 상황에 있으면 예전의 환상이 헛된 것임을 깨닫는다.

파란하늘은 많은 자외선을 내뿜는다. 파란 하늘 밑 태양에 오래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끈적한 선크림을 발라야 하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써야 한다. 그리고 에메랄드 빛 바닷가는 보통 매우 덥고 습하다. 맥주는 원래 갈증을 해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증을 부추긴다. 모히또에 짓이겨져 들어간 약초의 맛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넓은 땅이 시베리아다. 많은 사람이 시베리아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래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무려 기차안에서 일곱밤낮을 보내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간다. 시베리아는 제정 러시아때 유배지였다. 스탈린 시대에도 정치범수용소였다. 사람이 살기 힘든 땅이다. 버려진 땅이다. 유배된 많은 사람과 무수한 정치범이 시베리아에서 죽었다. 한여름 몇달을 제외하고는 끔찍하게 추운 곳이다. 결코 가서는 안되는 땅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땅이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시베리아 중앙에 바이칼이라는 큰 호수가 있다. 북미대륙의 오대호보다 크지 않지만 수심이 깊어(가장 깊은 곳은 1600 미터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담수호이다. 바이칼에 대한 환상이 있다. 시베리아에 대한 환상과 더해진 환상이... 그래서 시베리아를 기차로 횡단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지겹게 흔들리는 기차에서 내려 하루이틀 관광하고 가는 곳이다.

솔직히 바이칼에는 특별한 것 없다. 환상이다.

호수가 바다같이 넓은 곳은 이 세상에 많이 있다. 물이 끝나 보이는 곳에 수평선이 있다. 지구는 둥글고 인간의 가시거리에는 한계가 있다. 천리안도 천리까지 보이니 천리보다 긴 바이칼호가 끝까지 보일리 없다. 파도가 없어 항상 잔잔한 물은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 바이칼호를 끼고 가는 기차안에서 고도계를 확인하니 해발 480미터이다. 인근의 제일 높은 산이라야 해발 2000미터이다. 바이칼 수면에서 1000미터 되는 산세라야 그저 그렇다. 저 바다같은 물이 짜지 않다는 것은 마셔봐야 안다. 혓바닥 이외의 다른 감각으로는 알 수 없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남들이 잘 가지 못하는 곳을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정작 가보면 무수한 애매모호함 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남들이 가지 않았으니, 또 가지 못했으니 여행정보가 있을리 없다. 방대한 트립어드바이저에도 없는 그런 곳...

Utulik 이 그런 곳이다.

바이칼호변의 작은 마을에서 2박을 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는 곳, 영어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 곳, 그래서 아직 때묻지 않은 러시아의 작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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