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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9. 2018

저 푸른 초원위 그림 같은 집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노래가사다.
아마 1970년대 노래 같은데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 당시 사춘기 소년이었던 내 자신의 꿈이었나 보다.


골프백을 메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전 세계 많은 골프장들의 코스 주변을 그림 같은 집들이 둘러싸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뿐 아니라 이 곳 남아프리카에서도 최근에 지어진 좋은 골프장들은 주변에 많은 집들이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그림 같은 집을 초원이 아니라 골프장 옆에 짓게 하고 있다. 그래야 그림 같은 집을 더 비싸게 분양할 수 있고 사람들을 현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가 갖는 여러가지 특성이 있다. 운동 같지 않은 운동이다. 덥지 않다면 크게 땀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없이 많이 걷게 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혼자 걸을 수만 있으면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선배 동창회장님은 1928년생이신데 아직도 골프를 치신다. 어쨌든 공을 날려 보내신다.


한번 하는데 가장 비싼 운동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래서 나 좀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다 준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한다는...

그리고 참 어렵다.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낫게 칠 수는 있지만 정작 프로들의 게임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가 있다. 세계적인 프로들의 경기를 보면 거의 신의 경지다. 친구들과 게임처럼 할 수 있지만 잘 할려면 끝이 없다는 것이다. 골프 스코어 80이 내가 꿈꾸는 기준이고 90인 보기플레이를 하면 만족한다.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겸손해졌다. 이런 겸손은 내 몸이 점점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데서 생겼다. 그리고 일년에 한 번 정도 꿈 같이 성공하는 날이 있다. 나이 들수록 점점 확률이 떨어지지만...

그래서 골프에 한번 빠지면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고 혼자 걸을 수 있는 한 포기할 수가 없다. 그것이 골프가 갖는 매력이다. 나는 그것을 일종의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만 90세 이신 내 아버지가 지금도 골프치는 꿈을 꾼다고 하신다. 오년 쯤 전에 골프를 완전히 접으셨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골프치는 많은 사람들이 골프장 바로 옆에 지어진 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급한 아니 성질이 급한 사람은 골프에 잘 중독되지 않는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골프가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기에 짜증내며 포기해 버리는 것을 여럿 봤다. 골프는 조급함이 없어야 잘된다. 마음의 평정심이 부처님같아야 공이 정확하게 맞는다. 신경 쓰이는 많은 고민거리를 잊을 수 있고 같이 운동하는 사람의 많은 단점들에도 초연해야 한다. 신의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으로 공을 봐야 한다. 그래야 아무것도 끼어들 수 없는 극한 환상의 순간을 샷하는 순간 경험할 수 있다.

육순이 지난 몸에는 항상 오십견이나 엘보우가 있다. 온갖 관절들도 아우성이다. 그래서 이제는 골프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도 자주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 골프가 잘되는 날도 가끔 있다. 그래서 포기를 못한다.


자신이 직접 운전하고 수십키로 떨어진 골프장을 갈 수 없을 때 대부분 골프를 포기한다. 자식들이 골프장에 함께 가준다면 혼자 걷기가 힘들어 질 때 골프를 포기한다. 아버지는 그 때 포기하셨다. 포기하시기 전 한 3년 동안은 동생과 내가 매달 한번씩 아버지 모시고 셋이서 라운딩 했다. 물론 아버지가 그 비싼 비용 다 대고...

훌륭한 경치를 갖고 있는 골프장에 서면 나는 가슴이 저린다. 그날 플레이마저 잘되면 금상첨화이다. 비슷한 실력의 친구를 한두점 차이로 내기에 이겨 얼마라도 따면 부질없는 만족감까지 덤으로 얻는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Langebaan golf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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