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걱정이 없겠냐만...
친한 3년 선배가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환갑을 넘겨 보냈다고 내가 뭐라했던... 그래서 나는 환갑준비하겠다고 마음 먹게한 선배.
뜬금없이 내게 카톡을 잘 보낸다. 엊그제 일이다.
선배: 요즘은 어디서 놀고 있냐?
나: 어제 저녁에 케이프타운 도착했어.
선배: 잘도 돌아다닌다. 걱정도 없구나.
나: 걱정한다고 모가 달라져야 말이지...ㅎㅎ
선배: 팔자 좋다.
나: 어디 있어? 이 시간에... 한국은 새벽 네신데.
선배: 집. 잠을 못자.
나: 잠 안오면 공부하든지 어려운 책 읽어! 요새 사피엔스나 호모데우스 좋더만...
선배: 걱정없이 다니는 니가 부럽다.
왜 나라고 걱정이 없겠냐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
몇 일이나 몇 달이면 좋지만 몇시간이라도 좋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일상을 벗어나라.
처음 가 본 장소,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속에서 내게 자유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초기 호모사피엔스는 노마드의 기질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 남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동하여 퍼져 나갔단다. 그 유전자가 내게 있음을 나는 느낀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가능한 피한다. 유명한 곳은 사람들로 붐빈다.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생각할 여유가 없다. 생존에 대한 본능밖에...
겨울이 싫다.
추운 것보다 건조한 것이 더 싫다. 젊을 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젠 내 피부가 다 하얗게 일어난다. 특히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발목부근의 피부가 갈라지고 허옇게 된다. 그래서 미국의 노인들이 따뜻한 플로리다의 요양원으로 모이나 보다.
겨울이 오면 도망갈 궁리만 한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그래서 여름인 남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 아굴라스 근처 바닷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