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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17. 2018

골프장에서 렌터카 키를 흘리다.

Warm summer and cool winter.


남아공은 아파르트헤이트란 인종차별로 한때 유명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모든 사람을 White, Colored, Black, Indian 으로 분류하였으며, 인종별로 거주지분리, 통혼금지, 출입구역분리 등을 하였단다. 1994년에 유명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폐지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오랫동안 분리된 거주지가 바뀔수 있겠는가? 지금도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판자촌 같은 거주 지역과 고급 주택단지가 있다. 눈 앞의 광경이 급변한다. 특히 남아공 치안이 불안하다는 것은 흑인 거주지역에서의 얘기다. 백인거주지역은 단지마다 울타리가 쳐 있고 정문에서 방문자 출입통제를 한다. 단지에 들어 있지 않은 단독주택들은 소위 보안회사에 의해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골프장을 봐도 골프치는 흑인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골프치는 백인만큼의 흑인들이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다. 차별은 없어졌는지 모르지만 돈을 가진 백인과 돈 없는 흑인 간의 거리는 아직도 크게 벌어져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동쪽으로 차를 몰고 400 km 정도 가면 Mosselbay 가 나온다. Mosselbay 에서 시작하여 다시 동쪽으로 해안을 따라 약 300 km 정도까지의 지역을 Garden Route 지역이라고 한다. 잘 가꾸어진 정원같은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날씨가 좋기로 유명하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날씨가 다를수 있지만 남아공에서는 가장 온화한(mildest) 날씨를 갖고 있단다. 여름에 28도를 넘는 날이 드물고 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드물단다.

Warm summer and cool winter.

세계에서는 두번째로 온화한 날씨라고 자랑한다. 당연히 그러면 어디가 세계에서 가장 mildest weather 를 갖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기네스북에 있단다. 하와이라고...

온화한 기후와 적당한 강수량으로 남아공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란다. 이곳은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해안을 따라가는 지역이라 바다경치와 뒤를 받쳐주는 산들이 근사한 경치를 만들고 있다. 넓찍한 고속도로와 잘 꾸며진 주택가 및 미국식 mall 이 아주 여유있게 자리잡고 있다. 전혀 아프리카 같지 않은 곳이다.

Garden Route 지역의 중심도시는 George 이다. George 의 에어비앤비 민박집 Penny 의 집에서 무려 5박을 하는 중이다. 이 지역도 부동산개발이 한참 진행중이다. Estate 라 이름지어진 고급 주택단지가 무수히 많다. 이 주택단지들은 메인게이트가 있고 여기서 방문자들의 신원확인을 한다. 치안이 불안한 남아공에서 이런 Estate 가 번성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고급주택단지는 근사한 골프장을 끼고 주변에 형성된다.

Garden Route 지역을 둘러 보겠다고 한국에서 마음 먹고 온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거의 30시간 걸려 케이프타운에 도착하여 시차적응과 도로적응을 위해 3박을 하면서 목적지를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나는 바다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를 보면서 운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의 남서쪽 끝에 있기 때문에 서쪽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갈 수도 있고 남쪽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갈 수도 있다. 서쪽해안은 건조하여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도시도 별로 없고 좀더 올라가면 유명한 나미비아 사막이 나온다. 도시가 있어야 에어비앤비도 있고 골프장도 있다.

Kingswood Golf Estate 에 있는 골프장에서 일요일 골프를 쳤다. 아침 10시 티업을 인터넷으로 예약했지만 일찍 가면 항상 거의 바로 라운딩할 수 있다. 골프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Golf starter 에게 우리의 pass 를 건네고,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골프치는 사람이 별로 없냐고 물었다. 아주 큰 눈과 아주 동그랗고 선한 얼굴을 가진 흑인 starter 왈, 여기 사람들은 일요일은 교회 가고 그냥 쉰단다. 금요일과 토요일이 붐비지 일요일은 한가하단다.

아주 딱딱한 그린과 좋은 mountain view 가 일품이다. 페어웨이에 우리나라 사슴이나 노루에 해당하는 springbok  무리가 한가로이 풀 뜯고 있고 코스 주변으로는 역시 그림 같은 집들이 둘러싸고 있다. 스코어도 86을 기록하여 아주 만족스러운 골프를 쳤다. 그런데 골프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골프채를 렌터카에 실어야 하는데 아주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렌터카 키가 없는 것이다. 렌터카 키를 골프카트에 던져 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다. 골프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다니다 흘린 것이다. 골프채를 흘렸다면 크기라도 커서 쉽게 찾을수 있지만 흘린 차키를 어찌 찾는단 말인가...

렌터카 키는 렌터카 회사에서 하나만 준다. 두개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 하나뿐인 렌터카 키를 잃어버린다면 어떤 상황이 될까? 그것도 렌터카 회사와는 멀리 떨어진 골프장에서 일요일 오후에...

멘붕이다.

방도를 모르니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골프 리셉션 데스크로 왔다. 이왕이면 이 상황을 리셉션데스크의 젊은 직원에게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 달라 할려고, “I have lost my rented car key.” 하고 첫마디를 했는데, 알고 있다는 듯이 바로 옆에서 키를 들어 보인다. 아니 이럴수가... 분명히 이 넓은 골프장에 흘렸는데 어떻게 키가 여기에 있단 말인가. 너무 놀랍고 반가워서 어떻게 된것이냐고 물으니 옆에 서 있는 흑인 starter 를 가르킨다. 멘붕 상태였기에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몰랐다. 첫 티박스에서 만났던 눈이 큰 그 친구가 조용히 서있다. 다행히 1번 티박스 주변에서 흘린 것이다. 너무 감격하여 흑인 starter 와 너무나 자연스럽고 격하게 포옹을 했다.

할렐루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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