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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24. 2018

South Africa 에서 만난 사람들

각종 색깔의 인간들이 다양한 인생을 산다.

첫 에어비앤비 민박집의 Lucinda 는 40살 백인 아줌마다. 36살에 아들 둘이 딸린 백인 이혼남과 결혼하여 자신의 첫 아들을 낳았다. 지금 18개월 된 Rain 은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다. 남편은 동갑내기고 19살에 첫 결혼을 했단다. 그 나이에 뭘 알고 결혼을 했겠냐고 흉본다. 남편은 IT solution engineer 란다. Lucinda 는 Marine biology 를 전공했단다. 매일 나가는 직장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기후변화 관련한 NGO 에서 일하는 듯...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 3주간의 캠핑을 남편과 어린 아들과 하고 돌아왔다. 젖병을 빨고 있는 아들에게 넓은 세상 보여주겠다고... 집안일은 흑인 여성인 Chipo 가 다 한다. 우리가 떠나고 난 다음날 남편의 전처 소생인 두 아들이 온단다. 14살과 8살의 아들이...

두번째 민박집의 Gert-yan 과 Ingrid 는 영락없는 부부처럼 보인다. 네덜란드에서 교육받고 자란 이 둘은 2년전에 남아공에 왔단다. 둘 다 기계공학을 전공했다는데 아내인 Ingrid 는 여기서 직업을 구했단다. Gert-yan 은 38살이고 house husband 이다. Ingrid 가 새벽 여섯시에 일하러 나간단다. 동양인의 얼굴이 섞인 Ingrid 는 어머니가 인도네시안이란다. 아버지는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둘은 결혼하지 않았고 애도 없다. 300평의 대지와 방 다섯개, 화장실 세개인 집을 우리 돈으로 2억 5천만원 정도 주고 샀단다. 방 세개를 에어비앤비 하고 있다.

Garden Route 의 중심도시 George 에서 무려 5박이나 했던 백인 아줌마 Penny 는 아주 푸근하게 생겼다. 네덜란드 조상을 둬서 그런지 키도 엄청 큰데 몸무게도 엄청 나가게 불었다. 23살의 딸이 케이프타운에서 Animation school 에 다니는데 방학이라 계속 집에 있었다. 자신의 얘기를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그녀의 인생에 대해 자세히 묻지는 못했다. 집에서 온갖 사무 관련 일을 컴퓨터로 처리하고 가끔 근처 도시로 출장도 다닌단다. 하나 뿐인 딸에게 그 큰 덩치의 아줌마가 꼼짝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딸은 우리 동양인 늙은이들과 별로 대화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남아공 마지막 민박집의 Beverley 는 46살의 혼자 사는 백인 아줌마다. 25살 때 열네살이나 많은 용감한 흑인과 결혼했다. 남편은 20살 때 구속되어 교도소에서 10년을 보냈단다. 만델라가 있었던 그 유명한 Robben Island 교도소에서... 지금 20살의 혼혈인 딸은 미국 LA 에서 일하며 공부하고 있단다. 딸은 미국이 너무 좋단다. 남편은 7년전에 죽었고 프리토리아에서 살다 이곳 케이프타운으로 이사온 지는 딱 일년 되었단다.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노르웨이 회사들의 남아공 진출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단다.

혼자 사는 백인 아줌마들이 민박집을 주로 운영한다. 공통점 중의 하나는 모든 집에 두마리의 개와 한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개와 고양이들은 엄청 사람들을 따른다. 처음 본 우리가 주인의 손님인 줄 금새 안다. 꼬리를 치면서 달려드는데 귀찮을 정도다. 바다가 아주 잘 보이는 Gansbaai 의 민박집이 일박에 70불 정도였고 방 하나에 침대가 두개 있는 경우는 거의 30불대 수준이었다.

케이프타운과 Garden Route 지역에서 겨울(여기는 여름)을 보내는 유럽 특히 독일의 부부들이 많다. 독일에서 온 Otto 와 Elinor 부부와 케이프타운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 South Africa 를 여러번 방문했다는 부부는 지금 한 달을 이곳에 머문단다. 일주일마다 숙소를 옮기며 골프를 친단다. 만 70세인 Otto 는 여기가 좋단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밤 비행기 타고 11시간 날라오면 시차도 한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고 따뜻하고 싸고 좋단다. 함께 골프를 끝내며 자기가 맥주 한잔 사겠다고 할만큼 여유가 있었다. 내가 엘리노에게 물었다. 이렇게 프랑크푸르트 집을 한달 비우면 그 집을 누가 관리하냐고... 많은 이웃과 아들에게 부탁했지만 아주 어려운 문제라며 웃는다.

골프장에서 골프치는 사람들은 전체인구의 9% 정도라는 백인이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흑인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예전에는 도시에 흑인들은 아예 살지 못했단다. 노동력이 필요하여 젊은 흑인 남자들에게만 선별하여 도시 영주권을 주었단다. 지금도 백인 거주지역과 흑인 거주지역은 멀리서 봐도 차이가 확실히 난다. 근사한 주택가와 엄청난 크기의 판자촌 같이... 만델라 이후 흑인정권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런 차이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각종 색깔의 인간들이 다양한 인생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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