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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18. 2018

자기 가축화

주는 나의 목자, 나는 그의 어린 양...



수족관의 돌고래 일곱 마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제주 앞바다로 방생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돌고래를 잡아 수족관에 키우면서 돌고래쇼를 하게 하는 것이 나쁘다고 대부분 생각한다. 편안하게 돌고래의 재주넘기를 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돌고래가 희생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야생의 돌고래를 가축화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야생동물이 길들여지면 가축이 된다. 가축화란 인간이 의도를 가지고 동물을 선택적으로 교배시켜 신체적 특성과 행동적 특성을 필요에 맞게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최초의 가축은 개였고, 3만 년도 전에 길들여졌다한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야생의 공격성을 잃는 것이다. 개 다음으로 가축화한 동물은 양과 염소로 서아시아 지방에서 기원전 9천 년 전에 가축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야생동물은 자유가 있지만 끊임없이 먹이사냥을 해야 하고 외부의 천적에 잡아 먹힐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산다. 그러나 가축은 안전이 보장된다. 먹을 것을 찾아다닐 이유도 없고 인간이 쳐놓은 울타리에 의해 보호받는다. 가축은 주인의 뜻에 따라 교배할 시기가 정해지기도 하고 주인의 필요에 따라 도축된다. 도축되는 것만이 유일한 위험이다.

이미 가축이 된 개, 양, 염소, 돼지, 소, 말, 고양이, 닭, 오리 등등에 대하여는 눈을 돌리고,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많은 다른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특히 자유를...

자기 가축화

인간이 의도하지 않았는데 야생동물이 가축에게서 나타나는 행동과 신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얻기 위해 친밀하게 구는 동물들을 자주 목격한다. 광장의 비둘기, 섬을 오가는 페리선의 갈매기,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들이 자기 가축화한 동물들이다.

지금의 현대문명이 인간의 자기 가축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현대 문명 이전에 인간은 가축이 되고 싶었다. 온갖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던 시절에 인간은 보호받고 싶었다. 절대적 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신을 만들었다.

주는 나의 목자, 나는 주의 어린 양...

인간은 오래전부터 가축이 되고 싶었다. 어린 양이 되어 목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니기만 하면 먹이를 확보하고 무서운 늑대나 사자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생존은 본능이라 안전을 추구한다. 현대문명은 끊임없이 절대 안전을 추구한다. 인간은 문명 안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 여객선의 침몰, 열기구나 비행기의 추락을 용납할 수 없다. 누군가가 잘못한 것이다.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국가나 정부가 잘못한 것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책임지는 사람이나 국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도 패키지여행만을 간다. 모든 것이 안전하게 정해져 있는 패키지여행을... 패키지여행에는 자유가 없다. 대신 불편한 결정의 순간이나 위험한 이동도 없다. 주는 대로 먹고 정해진 곳에서 자면서 좋은 경치나 인류의 문화유산 앞에서 사진을 찍어 기억을 남기면 된다. 옛날 영화인 'Total Recall'에 화성 여행을 뇌 속에 기억으로 심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는 VR(Virtual Reality)을 이용하여 스카이다이빙이나 패러글라이딩의 경험을 실내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가정에선 75인치 TV와 드론으로 찍은 많은 영상들이 가축이 된 인간의 저녁시간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왠지 허전하다.

점점 가축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가 누린 자유가 가끔 그리워지는 것이다. 사냥, 낚시 그리고 캠핑 등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낯선 곳의 배낭여행에서 울타리 밖으로 잠깐 나온 가축이 희열을 느끼고 있다. 위험하고 불안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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