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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04. 2018

벚꽃의 우아함

흐드러지게 활짝 핀 벚꽃을 보면 눈물이 난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100세 시대의 문제를 보았다.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인터뷰를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요양원.


죽음을 기다리는 장소다.


나와 같은 58년 개띠들은 아직 자신이 요양원에 가게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두다리 튼튼하여 어디든 갈 수 있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일정표에 제법 많은 약속과 할 일이 빼곡하다. 계속 이럴 수 없음을 알면서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의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산다. 나보다 31살 많은 아버지의 상태를 뻔히 알면서도 내가 30년 뒤에 아버지와 똑같은 상태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한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 지하철이나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구걸하는 장애인이나 폐지 줍는 노인네들을 보면 나는 얼굴을 돌린다. 어찌할 수 없음에...

어머니 산소에 갔다왔다. 두살 아래 동생과 보통 둘이 다녀 오는데 이번에는 아들 우석이도 데리고 갔다. 할머니 산소 가자고... 왜 누나는 빼고 나만 데리고 가냐고 투덜댔다. 추석에는 음식도 싸갖고, 가능한 모든 가족이 산소에 가지만 한식때는 남자들만 간지 제법 됐다. 산소 주변을 치우고 꽃 심고 절하고 온다. 아버지와 동생과 나 셋이서 다니다가 이제는 아버지 대신 내 아들이 합류했다. 동생의 아들은 미국에 있다. 비석 뒤에 새겨진 날짜. 1972년 7월 20일 졸.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시작되기 직전이다. 벌써 46년 전이다. 그리고 올해가 내 환갑이다.

또 벚꽃이 활짝 폈다. 새로운 봄이 또 왔다. 날이 며칠 따뜻하더니 갑자기 여기저기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가 한꺼번에 만개하고 있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이제는 만개한 꽃을 보면 눈물이 난다. 호르몬 때문이라지만... 눈가가 축축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 이 기분이 좋다.


내가 아직 심장이 뜨겁게 뛰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많은 꽃 들 중에서 왜 벚꽃에 사람들이 특별하고 큰 관심을 갖는지 곰곰 생각해 보았다. 활짝 핀 목련도 우아하지만 만개한 벚꽃이 가장 우아하다. 목련은 기껏해야 서너그루가 모여 있지만 벚꽃나무는 가로수를 비롯해 그 일대에 무수히 많다. 양으로 우선 압도한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만 피는 꽃은 많지만 벚꽃은 양과 색깔로 우아함의 극치를 은은하게 보여준다. 벚꽃 색깔, 아주 아주 연한 핑크빛이 우아하다. 좋은 다이아몬드는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 약간의 불순물이 섞여 은은한 푸른 빛깔이 도는 다이아몬드를 특히 비싸게 쳐준다.

표현하기 힘든 우아함을 이번주에 실컷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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