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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r 06. 2018

시간여행

콩팥이 두개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이 들수록 점점 많아지는 것은 시간이다. 젊을 때는 그렇게 바쁘더니 환갑이 가까와 오면서 점점 시간의 여유가 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던 일도 이제는 대부분 시들하여 하지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바쁘다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의미있고 중요한 일때문에 내가 바쁜것인지...

그러나 나이 들수록 점점 빨리 가는 것도 시간이다.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이 계속되고 있음을 느낀다. 하루가 의미있고 새로운 일들로 채워지길 바라지만 매일 진부한 일상이 반복되며 빨리 지나간다. 어제 같은 일상이 오늘 지나갔고 오늘 같은 일상이 내일 온다. 나 같은 학교 선생님들은 학기와 방학이 계속 반복된다. 지난 학기같은 새학기가 지난 방학같은 새로운 방학이...

페북에서 내가 올린 지난 게시물을 보여준다. 일년이나 이년이 지난 게시물을 다시 보여준다. 벌써 일년이 지났고 이년이 지났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시간이 참 빨리 흘러가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시간이 화살처럼 날아간다.'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 어느 시인처럼 인생은 여행이고 시간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를 갈 것인가? 끊임없이 선택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얼마나 남아있는지 모르면서...

두 아들이 다투고 있다.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두 아들의 아버지가 누워 있다. 완전히 망가진 간때문에... 아버지에게 서로 자신의 간 일부를 이식하겠다고 싸우는 것이다. 형은 결혼하여 이미 두 아이가 있으니 안되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동생은 안된다며... 그러나 검사 결과 두 아들 모두 간이 작아(?) 두 아들 모두의 간 일부를 잘라내어 두 조각 모두 아버지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했단다.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다.  

훈훈한 이야기?

장기이식 수술이 엄청 발전하였다. 두개 있는 신장을 하나 떼어주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심지어 하나 있는 간의 반을 떼어 이식할 수 있게 되었다. 신장 하나를 어머니에게 이식한 딸, 자신의 간을 반 짤라 아버지에게 이식한 아들이 뉴스에 나온다. 자식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부모들은 자식들의 손을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린다.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이 생존이라 신장이나 간장이 망가져 시한부 사형선고를 받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러나 뇌사자의 장기이식이 아닌 건강한 자식의 장기를 이식받는 이러한 일들이 과연 훈훈하기만한 일인가?

지금은 고전 영화가 되어버린  ‘아일랜드’가 기억난다. 자신의 복제인간을 만들어 망가진 장기를 대체이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내 인생을 늘리기 위해, 내 시간을 늘리기 위해 복제인간을 희생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복제인간을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키우는 가축과 같이 취급한 것이다. 옛날에는 가축이나 자식이나 마찬가지였다.

콩팥이 두개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간이 그렇게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여분의 신장이나 쓸데없이 큰 간장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건강한 사람의 신장과 간장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을 떼어내는 것이다. 인생을 떼어내는 것이다. 지금의 인본주의나 휴머니즘이란 것은 모든 인간의 인생은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있음을 주장한다. 자본주의라 해도 얼마 만큼인지 모르는 인생의 시간에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렇게 아까운 시간이 간다.

영종도 삼목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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