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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9. 2018

두바이의 겨울

사막의 신기루에 5일 머물다.


결코 갈 것 같지 않던 두바이에 왔다. 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하여 케이프타운을 갔다가 오는 길에 4박 stopover 이다.

아침 7:30에 두바이에 도착하여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간신히 찾아갔다. 단독주택이 적어서인지 에어비앤비 숙소가 많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나는 방 두개를 예약했는데 호스트가 알려준 방법대로 아파트 입구 매트 밑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용할 수 있는 방이 하나뿐이었다. 집주인과 어렵게 전화연결이 되었으나 횡설수설하는 통에 안되겠다 싶었다. 하루에 80불이나 줬는데...

에어비앤비 고객센터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사진도 보내고 호스트와 교환한 문자메시지도 캡쳐해서 보내는 수고를 한끝에 간신히 환불받았다. 생각해보니 호스트의 reputation 이 썩 좋지 않았다. 결국 몇시간을 허비하고 부킹닷컴으로 호텔을 다시 예약했다. 두바이의 시작이 황당했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의 평이 아주 중요하단 것을 새삼 확인했다.

Nassima Royal hotel 은 일본계 호텔인 것 같다. 이름에서... 호텔 안 여기저기에 종업원이 많다. 정말 많아서 호텔을 들고 나면서 인사하는 종업원이 최소한 너댓명은 된다. 그리고 모든 차를 발레 파킹한다. 발레파킹하는 인원도 무지 많다. 얼마나 인건비가 싼 것인지...  내가 보기에 종업원은 거의 인도인의 형상이다. 그리고 중국계로 보이는 이들을 포함하여 약간의 동남아시아인이... 두바이는 인종이 정말 다양하다. 한국식당도 주방장은 한국인 같지만 서빙하는 종업원은 전부 인도인이다.

두바이의 겨울은 선선하다. 낮 최고가 30도가 안되고 밤에는 15도까지 내려간다. 벨보이에게 물어보니 4달 이렇게 좋고 나머지 8달은 끔찍하단다. 하늘은 파랗지만 스모그가 낮게 끼어 시정은 좋지 않다. 유명한 두바이의 스카이라인도 뿌연 스모그 속에 갇혀 있다. 여기저기 아직도 공사판이다. 바짝 마른 사막 속에 아직도 건설중인 거대한 괴물이 두바이다. 두바이를 사막의 신기루라 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저기 높은 건물을 세우기 위한 타워크레인이 보인다. 완공된 건물 사이사이는 흙바닥이다. 도로 양쪽의 건물들 뒤로는 아직도 사막의 모래먼지가 풀풀나는 공터가 널렸다.

두바이 시내에 유명한 골프장들이 몇개 있다. 한번 치는데 일인당 500불이 넘는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두바이에서 북쪽으로 사르자를 지나 60 km 정도 가면 Al Zorah golf club 이 있다. 골프장 주변에 잔뜩 주택을 지어놓고 지금 한창 분양중이다. 그래서 골프장도 프로모션 중이다. 카트 포함 일인당 90불 정도이다. 바다와 면한 사막 끝자리에 엄청난 푸른 잔디를 심어 놓았다. 골프를 치는 중에도 스프링쿨러로 열심히 물을 공급한다. 심지어 연못도 있다. 거의 완성된 하얀 집들이 골프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United Arab Emirates(UAE)는 7개의 토후국 연합이란다. 그 중의 하나가 두바이다. 귀에 익숙한 아부다비가 가장 큰 토후국이다. 페르시아만 쪽에 있는 아부다비, 두바이, 사르자는 거의 붙어 있다. 두바이에서 동쪽으로 150 km 정도 가면 푸자이라란 토후국이 있다. UAE의 전체적인 경관을 보기 위해 차를 몰고 푸자이라로 향했다. 사막에 왕복 4차선의 고속도로가 거의 완성되어 있다. 한참을 사막을 가로질러 달려가니 스모그 사이로 어렴풋이 황량한 산들이 보인다. 편평한 서부지역과 달리 오만만에 인접한 동부에 산악지역이 있다. 높지 않은 산악지역을 잠깐 통과하자 푸른 바다와 함께 푸자이라가 나온다. 인구가 훨씬 적은 듯 푸자이라는 바다에 면한 작은 도시이다. 해안을 따라 둘러보니 많은 LNG 탱크들이 푸자이라 북쪽 해안지역에 엄청 늘어서 있다. 푸자이라는 LNG 수출항인가 보다. 요트클럽을 찾아 오만만을 보며 점심을 했다. 도시 중심에 제법 큰 호텔과 콘도미니엄이 몇 채 있을 뿐 메인도로와 그 일대가 아직 건설 중이다.


두바이의 휘발유 값이 1리터에 우리 돈으로 600원이 안된다. 생수값보다 싼 휘발유를 연료탱크 가득 채워도 얼마 안된다. 그래서 그런지 큰 차들이 많다. 특히 랜드로바와 렉서스의 제일 큰 SUV 가 길에 널렸다.

두바이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준다는 Dubai Frame 에 갔다. 지난 1월에 개장했단다. 거대한 사진액자가 두바이 도심을 벗어난 Zabeel 공원에 서 있다. 두바이에 새로운 랜드마크가 추가되었다. 10시 오픈인데 9시반에 도착했다. 무료주차장을 경비원이 막고 서있다. 기다리란다. 경비원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왔단다. 두바이에서 일한지 4년 되었단다. 한국가서 일하고 싶단다. 자기 사촌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두바이보다 훨씬 많이 받는단다.

두바이의 과거는 정말 형편없는 사막이다. 버려진 땅에서 소수의 부족들만이 살고 있었다. 사막에서 양치던 사람들이 석유가 발견되어 부자가 되었다. 계속 오르는 석유값에 엄청난 역사를 시작했다. 완벽한 미래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담수화과정을 거친 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가로수마다 하나씩 수도꼭지가 달려 있다. 골프장의 잔디도 담수화된 물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과연 이런 시설과 사회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Trip advisor 에 따르면 두바이 오락거리 1위가 분수쇼다. 30분 간격으로 두바이몰 연못에서 매일 저녁 분수쇼가 펼쳐진다. 분수쇼 사이에는 부르즈 칼리파 건물 벽면을 이용하는 레이저쇼가 진행된다. 사람이 제일 몰리는 8시 전후하여 이 둘이 합쳐져 클라이맥스를 만든다. 일요일 저녁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인파가 분수쇼를 보기 위해 두바이 몰에 몰렸다.

어떻게 이런 인공적인 것이 두바이 볼거리 1위일 수 있단 말인가?

두바이 자체가 인공적이다.
그렇지 않고는 버려진 사막에 이렇게 많은 인간을 모을 수 없다.

Sustainable 이란 단어가 다시 떠오른다.

호텔 수영장
시내버스 정류장(에어컨 있는 대기실)
Al Zorah golf club
푸자이라 가는 길
푸자이라 요트 클럽
Dubai frame
브루즈 칼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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