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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23. 2018

자살 기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장례 엑스포에 '자살 기계'가 전시되었다. 3D 프린터로 만든 '사르코'란 기계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질소가스가 방출되어 급속하게 정신을 잃은 뒤 사망하는 것이다. 산소결핍에 따른 일종의 질식사를 유발한다. 올해 안에 개발을 완료하여 기계의 도면을 온라인에 올려, 원하는 사람들이 이를 다운로드하여 3D 프린터로 제작하여 자신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란다.


공기 중에 20.9% 인 산소는 생명체에 꼭 필요하다. 산소의 농도가 서서히 낮아지면 어지럽고 졸음이 온다. 절대적인 산소의 양이 적은 높은 지대에 갑자기 오르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 초기 증상은 잠이 오는 것이다. 고산병으로 심하면 죽을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 갈 때 비행기의 이륙과 함께 잠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여행 준비하느라 전날 잠을 못 자거나 비행기를 타기 위한 온갖 복잡한 절차가 힘들어서가 아니고, 비행기 안의 기압이 지상보다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아주 약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6% 이하의 산소농도에 갑자기 노출되면 한 번의 호흡으로 바로 정신을 잃고 수분 내에 사망에 이른다.


세계 최초로 의사가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나라는 2002년 네덜란드란다.  


현재 네덜란드를 비롯해 6개 국가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미국은 몇 개 주에서 합법화되었다. 이렇게 죽을 시간을 정하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연명치료 결정에 관한 법률도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를 허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인간은 가축 공장의 가축처럼 보인다. 좁은 우리에 갇혀 빛과 온도가 인공적으로 조절되고, 음식은 자동공급장치를 통해 충분히 제공되며, 먹고 자는 것만이 생활의 전부인 닭을 상상해 보라. 인간이 가축에게 하는 짓과 똑같은 짓을 인간에게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것을 문명이라고 한다.

- 모리오카 마사히로의 '無痛文明' -


인간은 고통이 적고 쾌락이 가득한 인생을 원한다. 그래서 현대의 도시 문명을 이룩했다. 현대 문명은 확실히 인간의 죽음도 가축처럼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병을 치료하고 가능한 수명을 늘리려 하지만 더 이상 생명을 이어갈 수 없음을 깨달으면 고통이 없는 안락사를 택하려 한다. 무통을 위하여...


결국 우리나라도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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