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zingen outlet city 근처
독일 Metzingen. 슈투트가르트 남쪽으로 36 km 떨어진 유명한 곳이다. 도시 전체가 아울렛이다. 큰 아울렛 건물들 사이로 도로와 횡단보도가 있고 호텔이 있고 식당이 있다. 점점 아울렛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아울렛 시티로 유명해졌다. 아울렛은 자본주의의 발명품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소위 명품들을 매장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곳이다. 약간 하자가 있거나 철 지난 명품들을 팔던 곳이다. 이곳 Metzingen Outlet City 에 많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중국의 단체관광객들이 보인다. 큰 버스에서 내려 가이드의 깃발을 휘날리며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다닌다. 눈에 띠는 중동의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중동의 부자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있다.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는 여인은 동남아시아인이다. 가정부를 동반하고 쇼핑 여행다니는 중동의 돈 많은 가족들이다.
나는 이런 곳에 오래 있을 수 없다. 가장 가까운 골프장으로 혼자 차를 몰았다. 중세시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마을들을 지나고 옥수수밭을 제법 지나자 Golf Club Hammetweil 이 나타 났다. 약간 경사가 있는 구릉지역 벌판 한가운데에 골프장이 있다. 이미 시간은 정오가 조금 지났고 골프장 주차장은 한산하다. 뒤 트렁크에서 골프백과 카트를 꺼내는 사람과 트렁크에 골프백을 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나이가 제법 있어 보인다. 대부분 개인용 수동카트를 사용한다. 골프백을 싣고 손으로 미는 카트들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이미 기온은 30도가 넘었다. 이 날씨에 혼자 수동카트를 밀면서 골프치는 것은 무리다.
제법 근사한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 리셉션데스크에 나이든 아줌마가 혼자 앉아 있다. 웃음 지으며 가볍게 인사하고 바로 식당으로 걸어 갔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외부 테라스 자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넓게 자리잡은 식당은 실내와 실외로 크게 구분된다. 실외는 큰 차양막이 그늘을 만들고 있다. 아무리 그늘이라지만 좀 더워 보인다. 부부거나 같이 살고 있을 독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이미 텐트 밑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있다. 눈이 나와 마주쳤지만 의아한 듯한 눈빛만 내게 줄뿐 반기거나 인사를 하지 않는다. 작은 독일 마을의 회원제 골프장 평일 점심 시간에 갑자기 혼자 나타난 낯선 동양인의 모습에 아마 놀랬을 것이다.
골프장 전경이 잘 보이는 그늘진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식당이 한산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테이블 외에 할아버지 셋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 전부다. 할아버지 셋은 골프를 막 끝낸듯 웨이터가 맥주 한잔씩을 앞에 놓고 있다. 할아버지들한테 맥주를 갖다주고 돌아가는 웨이터를 불러 영어로 일단 맥주 한잔을 시켰다. 작은 잔으로...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딱 좋다. 골프장 너머 멀리 아담하고 깨끗한 마을도 보인다. 멀리 보이는 그린 위에서 퍼팅 중인 팀도 보인다. 햇빛을 가리는 양산이 골프카트마다 보인다. 주홍색 양산이 아주 멀리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할머니 둘과 할아버지 한명이 골프를 끝내고 식당으로 들어온다. 아마도 할머니 한명은 옆집에 살고 할머니 한명과는 같이 살고 있겠지 하는 상상을 한다. 한참 식사 중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는 사이인듯 반갑게 인사도 나눈다. 할아버지 셋인 테이블을 지나면서도 서로 인사를 한다. 나를 제외하고 이 식당에 있는 모든 손님은 전부 서로 아는 사이다. 할머니 둘과 골프를 끝낸 할아버지의 걸음걸이가 심상치 않다. 꼿꼿한 할머니들과 달리 할아버지는 등도 좀 굽어 있고 걸음걸이도 약간 종종걸음 이다. 전형적인 노인들의 걸음걸이다. 저런 걸음걸이로 골프백 카트를 밀면서 과연 18홀을 어찌 돌았을까 궁금했다. 웨이터가 음료 두잔과 10 데시리터가 넘어 보이는 와인 한잔을 들고 간다. 와인은 할아버지가 받아든다. 아직은 골프치고 와인 한잔 마시고 운전하고 집에 갈수 있다는 것이다. 저 할아버지가 내년 시즌에도 골프칠 수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걱정이 든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골프채를 놓을 지도 모른다.
치즈와 올리브가 가득 든 셰프 샐러드와 추가로 시킨 맥주 한잔으로 점심을 하는 동안 20명 정도의 골프장 회원들이 식당을 들락거렸다. 전부 하나 같이 노인들뿐이다. 만 60이 이번 10월인 내가 보기에 나보다 열살 스무살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다. 그래도 손수 운전하여 골프장을 드나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건강이 괜찮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골프를 치는 동안 상당한 거리를 걷고 맥주나 와인 한잔 하면서 담소하고 있는 이 노인들은 그래도 형편이 좋은 것이다. 상당히 오래 전에 괜찮은 자리에서 은퇴하고 이 골프장을 자주 드나들었을 것이다. 날이 좋으면 거의 매일 드나들지도 모른다. Golf Club Hammetweil 은 독일 Metzingen 노인들의 놀이터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골프장을 걷는 것이 힘들어 골프를 끊고 그런 뒤에는 그냥 걷는 것도 힘들어 지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갈 것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다.
골프장에서 담소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가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