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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28. 2018

VitraHaus

공간 자체가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다니...


VitraHaus 는 스위스 바젤에서 독일로 국경을 넘자마자 오른쪽에 있다. 독일 지명은 Weil am Rhein 이다. Vitra 는 스위스의 유명한 가구 브랜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생산한다. 특히 의자를...

Vitra 본사는 스위스에 있지만 공장은 이곳 독일에 있다.

1981년 큰 화재로 Vitra 공장이 불타 없어진 자리에 공장뿐 아니라 haus, museum, convention center 등 많은 건물을 짓고 일대를 Vitra Campus 라 이름지었다. 그런데 그 건물들을 설계한 사람들이 Frank Gehry, Tadao Ando, Zaha Hadid 등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이다.

붉게 불타는 저녁노을, 황금색으로 떠오르는 태양, 높은 산들과 큰 호수, 황량한 고산지대와 진황색 모래만 있는 사막 등과 같은 대자연을 처음 마주할 때 가슴이 벅차오르거나 가슴이 저린다.

처음 혼자 이곳 Vitra campus 를 방문 했을 때 야릇한 가슴저림을 경험했다. 독특한 건물들과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공간에서 멋진 경치를 마주할 때의 감동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찾았다.

Vitra Campus 안에 일반인이 접근 가능한 공간은 VitraHaus, Vitra Design Museum, Vitra Schaudepot 정도인데 Museum 과 Schaudepot 는 입장료가 있다.


Museum 에서는 몇 달째 Night Fever 란 전시를 하고 있는데,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소위 디스코텍 또는 나이트클럽에 대한 것이었다. 이상하게 춤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노잼이었다. 입장료가 아까왔다. Schaudepot 는  Vitra 가 수집한 옛날 가구들 특히 옛날 의자들의 전시장이었다. 노잼까진 아니지만 별로다.

나를 이곳에 다시 오게 한 것은 Vitrahaus 다.

Vitrahaus 는 무료이고 독특한 건물에서 독특한 가구전시를 하고 있다. 안내데스크, 기념품점과 근사한 식당을 갖고 있다.

Vitrahaus 의 독특한 외관은 멀리서도 바로 알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1층 로비를 들어설 때 건물과 주변 공간이 나를 설레게 한다. 이 감정을 사진에 남기고 싶어 카메라를 들어보지만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함이 느껴진다.

VitraHaus 로비에 들어서면 나이든 아줌마들이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뒤돌아서면 하얀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난생 처음보는 까맣고 동그란 스위치를 누르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내부 디자인이 독특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단 제일 위로 오른다.

제일 꼭대기층은 Loft 라고 하는데 지붕 밑 다락방의 의미인것 같다. Loft 에는 이스라엘 디자이너 부부가 자신들의 어린 두딸과 함께 생활하고, 놀고, 일하는 공간을 꾸며 놓았다. 아주 널찍한 원룸 스튜디오에 욕실, 부엌, 식당, 침실, 작업실, 거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통창으로 보이는 전망과 초등학교 다니는 딸들을 위한 많은 소품들이 나의 눈길을 끈다. 넷이서 함께 딩굴며 잘 수 있는 침대 아닌 침대가 나를 한참 붙잡는다.

내 딸과 아들은 이미 다 컸고 손주가 생긴다면 이런 공간에서 함께 딩굴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다.

한층을 내려오면 Vitra 의 명품 의자들을 소개한다. 디자이너의 사진과 함께 영어로 설명이 있다. 의자들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의자들이 처음 사람들에게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이제는 흔하게 본 듯한 의자들이지만...

이런 의자들을 Vitra Classic 이라 부른다.

What is a classic?
“A classic is not a classic from the very beginning.  

It starts by breaking the mould.”

Classic 은 무엇인가?
처음 만들어졌다고 또는 오래되었다고 다 Classics 이 아니다.
Classic 은 기존의 모든 것을 파괴하면서 시작된다.

공돌이가 너무 의역했나??

그 다음부터는 Vitra 의 현재 생산품들로 많은 공간이 꾸며져 있다. 주로 의자와 소파들로... IKEA 의 전시들은 아주 상업적이다. 좁은 공간 안에 많은 가구들을 구겨 넣고 빨리 사가라고 강요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러나 여기는 그런 자본주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넓찍하고 여유있게 모든 가구를 배치하여 우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역시 우아함에는 여유가 필수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을 만끽하는 것이 무료란 것이 나를 더 즐겁게 한다. 자본주의에서 입장료 등을 지불하고 나면 내가 지불한 돈에 대한 페이백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아름다운 공간을 내가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내가 보아왔던 모든 소파는 항상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 소파들은 모두 통창을 향해 있다. 통창을 통하여 남부 독일의 자연이 보인다. 이곳에는 TV 가 없다.

모든 의자와 소파는 앉아볼 수 있다. 어떤 소파와 의자에 앉아도 편안하다. 적당한 쿠션과 등받이 각도가 나를 편하게 한다.

VitraHaus 로비의 널찍하고 편한 소파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우리집 소파가 이랬으면 하면서...

레스토랑은 실내와 실외가 있다. 날이 좋다면 실외를 추천한다. 실외에 사람들이 더 많다. 담배도 맘껏 피울 수 있고...

우아한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느낄 수 있다. 우아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고, 즐기기에 명화보다 공간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다.

디자인 감각에는 아주 꽝인 공돌이가 나이 들다보니 안목도 생기나 보다...


함께 딩굴고 싶은 침대 아닌 침대
VitraHaus Lobby 소파
쇠구슬로 아이들을 위한 자료를 벽에 고정
식탁과 싱크대
VitraHaus 꼭대기 테라스에서 본 공장 전경
엄청 비싼 Vitra 의자들...
레스토랑
생뚱 맞은 미끄럼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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