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Aug 03. 2018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다리며...


스위스 갔다 왔다.

취리히에 처제네 가족이 산다. 지난 겨울에 한국에 온 처제가 형부는 자기가 스위스 사는데 스위스로는 여행 안 오고 왜 다른 데만 가냐고 했다. 생각해 보니 21년 전에 온 가족이 한번 가보고 안 갔다. 그래서 그 날로 스위스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김포공항 출발에 베이징 환승으로 취리히 왕복이 67만 원도 안 되는 중국 국제항공으로...

중국 국제항공이 China airlines인 줄 알았는데,

China airlines 은 중화항공이고 이것은 대만의 국적기이다. 중국 국제항공의 영문명은 Air China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항공사가 골프백과 같은 운동장비는 수화물 개수에서 면제해준다. 무료 수화물 전체 중량만을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Air China는 아니다. 골프백도 하나다. 그래서 골프백이랑 짐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20킬로가 넘게...

항공사마다 무료 수화물 규정이 다르다.

취리히 갈 때는 베이징 공항에서 환승시간이 두 시간도 안되어 환승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러나 올 때는 베이징 공항에서의 환승 대기시간이 무려 7시간이다. 라운지에서 책보며 뒹굴면 되려니 했는데 쉽지 않았다. 우선 공항청사 안이 덥다. 청사 안 넓고 높은 공간에 한층 위에 떠있는 라운지는 높아서 더 덥다. 냉방이 되긴 하는데 30도에 육박한다. 취리히에서 베이징까지 밤새 10시간 타고 와서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려니 정신이 몽롱하다. 다행이라면 라운지에서 샤워가 무료다.

졸리고, 허리도 아프고, 덥고, 무료 와이파이도 시원찮고, 라운지 음식도 입에 안 맞는다.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 외에는 아무 생각 없다.  너무 힘들어 책도 못 읽겠다. 빨리 이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릴 뿐...

이런 기다림.
몸이 힘들어 정신줄을 거의 놓은 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상황.

생각해보면 여러 번 있었다. 20년 전 인도 히말라야 깊숙한 곳 Badrinath에서 델리까지 오던 날이었다. 새벽 6시에 출발한 버스는 나와 초등 6년인 아들을 저녁 9시에 델리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줬다. 시원한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40도에 육박하는 델리로의 이동이라 점점 더워졌다. 열악한 인도 버스의 좌석에 앉아 15시간을 버티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어둑해지면서 점점 델리로 가까워질 때 점점 정신줄이 희미해짐을 느꼈다. 빨리 델리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뿐...

혹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이렇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요양이 잘되어 이 곳을 나갈 가능성은 없다.

그런 사람도 없다. 죽기를 기다릴 뿐이다.
내 한 몸조차 내가 추스르지 못하니 달리 방도가 없다.

기다릴 뿐이다.
 
올해가 환갑인 동기들의 많은 부모님들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요양원에 계시다 가셨다.

요양원에서의 기다림을 피할 수 없을까?
그런 방법을 찾아보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VitraHau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