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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04. 2018

찬란하게 지는 석양의 노을

사람을 맞이하고 함께 있다 떠나 보내기


스위스 취리히 처제네 집에 나는 7월 한달을 머물렀다.
내가 머무는 중간에 아내는 2주, 딸은 열흘, 사위는 일주일 왔다 갔다. 오고 가는 날이 다 다르다 보니, 사람을 맞이하고 함께 있다 떠나 보내기를 여러번 했다.

취리히를 베이스캠프 삼아 이태리 돌로미테 코르티나담페초에서 3박하고, 동서랑 인터라켄에 주말마다 골프치러 가고, 브리엔즈 호수가에서 온 가족이 4박하며 로트호른, 쉴트호른, 피르스트를 올랐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는 혼자 2박하며 포르쉐박물관과 메르세데스벤츠박물관 구경하고, 독일 아울렛시티인 메찡겐과 스위스 발렌호수가에서 일박 하는 등 부지런히 취리히를 들락거렸다. 특히 취리히에서 인터라켄은 4번을 왕복운전 하니 아주 익숙한 길이 되었다.

처제네 집은 공항 근처였다. Loft(다락방) 포함하면 3층 단독주택이고 지하층도 있어 계단을 많이 오르내려야 한다. 집과 연결된 차고 위는 제법 넓은 테라스 이다.  저녁시간이 되면 뜨거운 태양이 집에 가려 테라스에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 진다. 보통 9시반이 일몰이라 10시는 되어야 깜깜해진다. 테라스에서 바베큐도 하면서 거의 매일 저녁식사를 했다.

뒷마당에는 큰 전나무 두그루가 있고 그 뒤에는 큰 요양원이 있다. 전나무가 거의 가려주지만 사이사이로 요양원이 보인다. 디귿자 형의 높은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앙에는 제법 넓은 잔디밭이 있다. 잔디밭 중앙에 큰 파라솔이 서너개 쳐 있고 낮 시간에는 파라솔 밑에 열명은 됨직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매일 모여 앉아 있다. 대화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함께 있는듯 하다. 20미터 정도 떨어진 테라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들이 항상 더 많다.

요양원의 동쪽으로는 건물 2층 높이의 언덕이 있고 언덕 중간에 긴 벤치가 서쪽을 바라보며 하나 있다. 테라스의 높이와 벤치의 높이가 비슷하고 중간에 가려주는 나무도 없어 30미터정도 떨어진 벤치가 테라스에서 아주 잘보인다. 테라스에서 늦은 저녁을 하다 보면 항상 그 벤치를 할아버지 한분과 할머니 한분이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요양원에서 식사를 하고 벤치에서 저녁노을을 감상하시는 것 같다. 어두워지기 전까지 두세시간은 앉아 계신다. 거의 대화도 없이 같이 서쪽하늘을 보고 있다. 하루는 할머니 혼자 앉아 계시길래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잠깐 들었다. 보행보조기를 밀면서 할아버지가 나타나실 때까지...

저녁시간에 비오는 날이 몇번 있었다. 그런 날은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금 어디 계실까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 벤치에 그 시간에 한번 앉아 보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찬란하게 지는 석양의 노을이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해서...

레스토랑에서 마주 앉아 식사하는 중년의 남녀를 보면 그들의 관계가 부부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단다.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하면 부부가 아니고, 대화없이 음식만 먹으면 틀림없이 부부라고...

매일 요양원 벤치에서 말없이 함께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부부가 아닐 것이다.
그냥 함께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사족: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가 있다. 손을 꼭 잡는 이유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그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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