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Aug 24. 2018

노후대비 0

만약 지금 은퇴한다면...



은퇴한다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가장 확실한 은퇴준비는 은퇴하지 않는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 아재 개그 같기도 하고 말장난 같기도 한데 은퇴하지 말라는 것은 은퇴 이후가 은퇴 이전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은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은퇴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불안한 것이 제일 크고, 그다음은 은퇴 후 할 일을 딱히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은퇴하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가고 싶은 곳도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가고 싶은 곳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만큼 존재 이유가 많다는 것이다.

천산 대학이란 것이 있다고 했다. 은퇴자만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이다. 이 작은 우리나라에 산봉우리가 약 4000개가 있단다. 그중에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오를만한 봉우리가 1000개는 된단다. 일주일에 봉우리 하나씩 오르다 보면 일 년에 50개, 1000개를 완등 하려면 족히 20년이 걸린다. 매주 산을 타는 은퇴자들이 천산 대학생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결국 눕게 될 것이다. 눕다 보면 얼마 안가 갈 것이다. 매주 새로운 봉우리를 오르다가...

내가 지금 은퇴한다면 일단 중국에 가서 세 달 동안 중국어를 배우겠다. 중국을 혼자 자유 여행할 수 있는 수준의 중국어가 필요하다. 이왕이면 기숙사도 있는 대학교 부설 어학원 같은 곳이 좋을 것 같다. 내가 대학 시스템에 익숙하기도 하고...

그런 다음에는 중국을 한 달 자유 여행하고 귀국해서 한 달 심신을 충전하고를 반복하며 중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 대도시 말고 특히 중국 서부를...

중국을 여러 번 갔었다. 일 관계로 북경을 여러 번 갔고, 친구 따라 골프 치러 상해와 산동반도도 갔고, 제법 길게 온 가족이 두 번 여행도 했다. 아이들 어릴 때 겨울방학에 온 가족이 인천에서 배 타고 웨이하이에 갔었다. 산동반도 여기저기(태산, 제남, 공부)를 기차, 버스, 택시로 이동하며 돌아보았다. 우리나라 국적기가 윈난 성 곤명에 처음 전세기를 뛰우기 시작했을 때도 온 가족이 갔었다. 곤명에서 대리와 여강까지 가고 싶었는데, 그 당시 중국의 침대버스의 열악함을 보고 놀라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곤명 시내와 부근의 석림만 보고 왔다. 그러면서 느꼈다.

영어만 하면서 여행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가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Survival Chinese.

은퇴하고 중국을 한 달씩 여행하다 보면 한 5년은 훅하고 갈 것 같다. 어쩌면 10년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눕게 될 것이다. 가슴이 저린 경관을 보다가...

매거진의 이전글 찬란하게 지는 석양의 노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