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중요하다.
‘That Good Night.’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본 영화다. 아직 국내에는 개봉 안된듯...
주인공 랄프는 유명한 작가다. 돈도 많이 벌었고 지금은 햇살이 좋은 포르투칼에서 두번째 부인이자 간호사 출신인 젊은 안나의 보살핌을 받으며 우아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심장병을 앓고는 있지만...
어느 날 랄프의 주치의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랄프는 고통없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죽여주는 서비스를 신청한다. 그리고 하나 있는 아들에게 만나자고 전화한다. 관계가 소원한 아들과 화해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1996년 영국의 연극을 최근에 영화화 한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배우 John Hurt 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로도 유명하단다. That good night 은 1930년대 영국 웨일스의 시인 Dylan Thomas 의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에서 가져온 것이다. Dylan Thomas 가 자신의 아버지 임종을 경험하고 썼다고도 한다. 첫 문단만을 옮기면;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Old age should burn and rave at close of day;
Rage, rage against the dying of the light.
그렇게 쉽고 편하게 떠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구절을 보고 나서야 'that good night'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랄프가 원하는 것이다. 이제는 편안하게 죽고 싶은 것이다. 영원한 굿나잇!! 그래서 많은 돈을 주고 죽여주는 서비스를 신청한다. 돈은 많으니까... 그러나 고통없이 떠나게 하는 서비스를 하러온 사람이 잠만 재우고 간다. 깨어난 랄프는 아들과 화해할 시간을 벌었다.
역시 관계가 문제다.
랄프가 이런 서비스를 신청한 이유는 아내 안나의 짐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안나에게는 랄프가 전부다. 안나는 랄프의 아이를 갖고 싶었지만 랄프가 반대했다.
랄프와 첫번째 아내 사이의 유일한 아들 마이클이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것을 안나에게 알리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안나는 표정이 변하며 축하의 말을 바로 건네지 못한다.
마이클은 아버지 랄프가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평생 돌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아버지 랄프는 성공한 작가였고, 젊을 때는 자유분방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성질 고약한 노인네일 뿐이다.
결국 랄프는 마이클의 여자친구 카산드라가 낳은 손자를 안아보고 아들과도 화해하고...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