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를 다시 찾게 된다면 파타고니아 때문이다.
바릴로체에서 탄 비행기가 한 시간여 만에 호수 옆 칼라파테 공항에 내렸다. 바람의 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착륙하는 비행기의 흔들거림이 나를 약간 불안하게 한다. 가릴 수 없는 벌판의 공항 밖으로 나오니 확실히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 중심에 왔으니 말이다.
바릴로체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의 입구라면 엘 칼라파테는 파타고니아의 심장부다. 파타고니아 일대를 목숨 걸고 탐험한 모레노 박사의 이름을 딴 모레노 빙하를 볼 수 있고, 최근 트레킹족의 발길이 잦아진 El Chalten으로 가는 교통의 중심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이 '남미 5개국+파타고니아'라는 상품명에서 보듯이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남극대륙과 가까운 동토의 땅, 바람의 땅... 다행히 오늘은 바람이 없는 날이란다.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면 모를까... 사람을 날려 보낼 수 있는 풍속이 40 m/s 라는데 이 곳 파타고니아에서는 60 m/s 의 바람이 불기도 한단다. 이런 바람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태풍보다 더 세게 부는 바람을...
내가 만일 남미대륙에 다시 온다면 이과수 폭포나 마추픽추를 다시 보러 온 것이 아니고 파타고니아의 바람을 제대로 한번 맞아보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