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카이엔이 생겼다.
1억이 훌쩍 넘는 신형 카이엔이 아니고 155,000 km 를 이미 뛴 2009년형 카이엔이다. 선배 딸 결혼식장에 갔다가 피로연장에서 선배동기들과 함께 자리했다. 대부분 안면이 있는 선배친구들이라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한 선배가 새차를 기다리고 있단다. 주문한 포르쉐 마칸이 다음 달에 나온다 했다. 타던 카이엔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아직 아무 생각 없는데 딜러가 얼마는 줄 수 있다 했단다. 피로연이 끝나고 주차장에서 까만 카이엔을 보았다. 집에 와서 선배에게 문자를 했다. 아는 사람 주는 것이 아니고 딜러에게 넘겨야 한다면 내게 팔라고.. 내가 고치면서 이삼년 타겠다고...
사실 나는 메르세데스 벤츠에 대한 환상이 있다. 언젠가는 10년 넘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열심히 손보며 타게될 것이란... 이 환상을 일단 몇년 미뤄둬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포르쉐 카이엔을 열심히 손보며 타야 하니 말이다.
자동차는 제법 비싼 내구재이다. 그래서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자동차는 기계다. 시간이 흐르면 고장이 난다. 때론 고장의 원인을 찾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단순히 달리고 서던 기계장치인 자동차에 지금은 많은 전자장비가 붙었다. 전자장비들은 기계장치에 비해 수명이 짧아 고장나기 쉽고 원인을 찾아 수리하기는 더 어렵다. 고장을 찾고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수리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나는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중고차가 많다. 사실 모든 새차는 사는 순간 중고차가 된다. 보통 3년 정도 지나면 브레이크 패드도 교환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잔고장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계전자장치이니 고장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보통 자동차 제작사가 3년 60,000 km 동안 보증한다. 그 이후에는 자동차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소유자의 몫이 된다. 따라서 자동차의 고장에 귀한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3년마다 새차를 산다.
2003년형 Dodge Intrepid 란 희귀한 자동차를 나는 갖고 있다. 2002년 12월 미국에서 새차를 구입하여 1년 반뒤에 태평양을 건너 이사짐 화물로 한국에 가져와 지금까지 타고 있다. 오히려 이즈음 이 차를 유지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어느 부품이 고장인지만 알면 Amazon 에 들어가 아주 쉽게 부품을 찾을 수 있다. 심지어 그 부품이 내 차에 맞는지 안맞는지를 Amazon 에서 확인해 준다. 사용후기를 읽다 보면 부품교환 전후의 문제점과 대처방안까지 있다. 부품교환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까지 있는 경우도 많다. Amazon 에서 주문한 자동차부품은 열흘 이내에 집으로 배달된다. 앞으로도 한 10년은 이 차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문제는 16년이나 돌본 이 차가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달이 지나면 새차라 생각하지 않고 3년이 지나면 애정이 식어 무덤덤해진다. 16년이나 애정을 갖고 돌본 이유는 한국에 수입된 적이 없는 모델이라 지금까지 굴러 다니는 것은 이 차 밖에 없을 것이라는 희소성과 새주인을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리고 독특하고 우아한 사이드라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적당히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돈도 벌면 좋겠지만, 노후의 일거리로는 큰돈이 들지만 않는다면 가끔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문제가 많은 흔하지 않은 자동차를 구입하여 타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완벽한 상태를 만든 뒤에 다시 되파는 일을 하고 싶다.
흔하지 않은 특별한 중고차 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