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생존본능이다.
탄자니아와의 국경 근처에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이 있다. 나이로비에서 남동쪽으로 240 km 떨어져 있다. 그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봉우리가 공원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그리고 코끼리가 많다고 소문나 있는 곳이다. 소위 사파리를 하다보면 쉽게 코끼리를 볼 수 있다. 아기 코끼리 몇마리를 포함하여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러나 가끔 한마리의 외로운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궁금했다. 왜 혼자인지. 무리를 이끌던 코끼리가 젊고 힘센 코끼리에게 자리를 빼앗기면 무리를 떠나 이렇게 홀로 초원을 헤맨단다. 그래서 홀로 다니는 코끼리는 숫놈이란다. 홀로 다니다 늙으면 맹수들에게 공격 받고 죽는단다.
코끼리는 노후를 대비할 방법이 없다.
동물을 사냥해서 먹고 사는 사자가 늙어서 사냥을 못하게 되면 굶어 죽거나 오히려 하이에나의 사냥감이 되고 만다. 사자에게도 노후를 대비할 방법이 없다.
어릴 때 많이 읽고 들은 이솝우화 중에 '개미와 베짱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추운 겨울을 위해 양식을 비축해야 한다. 이 생각이 인간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 노후란 겨울이다. 개미와 베짱이는 혹독한 겨울을 버티고 나면 새로운 봄을 맞지만, 인간은 겨울인 노후를 버티다가 모두 죽는다. 다시 봄을 맞이할 가능성은 없다.
의식을 갖고 있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은 생존본능으로 노후대비를 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이다. 본능이다. 혹독한 노후를 따뜻하게 오래 버티고 싶은 것이다. 자본주의란 인간의 시간과 생명까지 돈으로 환산한다. 그래서 돈이 많으면 오래 따뜻하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비축하여 노후를 대비한다. 생존본능이다.
그렇다면 얼마를 비축할 것인가?
어느 은퇴컨설턴트의 글에서 읽었다. 은퇴 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돈의 양이 사람마다 다르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하다고 비축한 돈의 고작 1/10 정도를 쓰고 죽는단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퇴하면 씀씀이가 확 줄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 얘기는 노후대비를 제법 잘한 사람들의 경우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70-74세 고용률이 33.1% 란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단다. 고용되지 못하고 일하는 노인은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결국 70세가 넘어서도 생존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노동을 하고 나머지는 노후대비를 위한 걱정을 한다. 걱정을 하느라 오늘을 살지 못하고 아까운 인생만 흘려 보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