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Oct 04. 2018

노후대비 4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올해 만 90이다. 원래 술도 못하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셨다. 그래서 노후는 건강하셨다. 그러나 5년쯤 전에 자식들에게 자동차키를 빼앗기고(너무 위험해서) 결국은 골프도 접으셨다. 최근 아버님은 사는게 힘들다 하시며 본인의 의지로 곡기를 끊으셨다. 그러나 자식들은 아버님을 굶어 죽게 할 수 없어 결국 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흡인성 폐렴(음식물 같은 이물질이 폐로 넘어가 유발하는 염증)을 치료하며 코에 관을 넣어 위장으로 음식을 공급하다 결국은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위에 직접 관을 삽입하는 위루관으로 음식을 공급하며 두달째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왔다갔다 하고 계신단다. 아직 의식은 있어 문병온 자식들을 알아보신단다. 그러나 더 이상의 연명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는 하지 않기로 자식들 모두가 사인했단다.

환갑기념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www.lst.go.kr)에 오늘 등록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나의 인생을 우아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온갖 기계장치에 물려 중환자실에서 가족들과 떨어진 채로 임종을 맞고 싶지는 않다. 임종전에 행해지는 연명의료를 하지 말라는 나의 의향을 미리 확실하게 밝혀두는 장치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다.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는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정립하여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연명의료와 호스피스 이용에 관한 의향을 직접 문서로 작성하여 국가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해두면, 향후 작성자의 임종이 예측될 때 담당의사가 조회하여 작성자의 평소 의견으로 존중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분증을 갖고 등록기관에 가서 관련사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자발적 의사로 작성하여야 한다. 언제든지 철회하고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담당의사와 전문의 1인으로부터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다고 판단을 받은 경우에 연명의료를 하지 말라고 제정신일 때 선언하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등록기관을 찾아보니 서울대병원 암센터 3층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가 있다. 전화로 미리 예약하고 오늘 아침 방문하였다. 간호사인 상담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태블릿 PC에 작성하니 바로 문자가 온다.

'윤재건님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시스템에 등록되었습니다.'

연명의료에 대한 4개 항목(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투여)외에 호스피스의 이용계획 여부에 대한 항목도 있다. 호스피스란 완화의료전문가(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들이 말기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도움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암, 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및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을 앓고 있는 자로서, 담당의사 및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말기환자로 진단한 경우 이용할 수 있단다. 국민건강보험급여대상이다. 호스피스란 죽는 것을 전제로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것이라 종종 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단다. 결코 죽을 수 없으니 계속 치료해 달란 얘긴가 보다.

연명의료 중단은 소극적 안락사로 볼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적극적 안락사다. 연명의료의 중단 이후에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영양분 및 물 공급, 산소의 단순공급은 지속된다. 따라서 얼마간 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호스피스를 통하여 고통이 많이 완화된다 하여도 죽음을 기다리는 의미없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이 의미없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약물주입을 통하여 임종을 맞는 것이 적극적 안락사이다. 내 장례식 날짜를 내가 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때까지도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네덜란드처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나라도 여럿 있다.

우리도 빨리 해야 한다.
적극적 안락사제도를...

p.s. 담주에는 아버지 모시고 아버지 것 작성하러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후대비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