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대학에서 지도학생 상담을 매학기 한번 이상 해야한다. 상담기간이 학생들에게 공지되었는지 이번 학기 첫 학생이 오늘 내 교수연구실을 노크한다.
낯익은 4학년 2학기 학생이다. 작년에 비트코인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 300만원을 억대로 불렸다가 비트코인 떨어질 줄 알고 주식투자로 갈아타서 몇 억으로 만들었다는 학생이다. 역시 해야할 일(지도교수 상담)을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하는 학생이다. 상담시스템을 열어보니 오늘이 나와의 11번째 상담이다. 8번이 넘는다는 것은 의무상담 말고도 3번을 더 나를 찾아와 상담했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학생이 8번을 채우지 못한다.
"비트코인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
"일년 넘게 계속 주시하고 있죠."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미국의 연준금리 말고 미국의 국채금리의 상승속도가 OO 이후로 가장 빠르단다. 그래서 자본시장이 취약한 신흥국들이 내년 3월이나 4월 경에는 결국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란다. (이미 아르헨티나는 왔고 브라질도 심상치 않음은 나도 알고 있다.) 금융위기가 오면 자산가격들이 바닥을 칠테고 그 때 다시 비트코인을 살려고 예의주시하고 있단다.
4학년 마지막 학기라 대기업 공채를 여기저기 지원하고 있단다. 자기소개서에 쓸만한 내용이 없어서 고민이란다. 성적은 3점대 후반으로 괜찮지만 비트코인이랑 주식투자 하느라 스펙을 쌓아 놓은 것이 없단다.
" 너 작년 가을에 포르투칼에서 비트코인 컨퍼런스 한다고 뽀르토 가지 않았냐? 거기서 느낀 것 자소서에 써봐! 진부하지 않고 눈에 띄어서 인사담당자가 면접하고 싶은 생각이 들껄..."
"그런가요? 그리고 교수님, 30대 중반쯤에 40억 모아서 회사 그만 두고 20억은 생활비로 박아놓고, 20억은 굴리면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40억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은 40억 만든 뒤에 생각하면 될 것 같은데... 20억 넣어두면 한달에 이자로 얼마 나오냐?"
"이즈음 금리가 1.5% 정도니까 한달에 250만원 정도 나오죠."
"괜찮은 연금 수준이네. 비트코인 살 타이밍되면 나한테도 알려 줘!"
내가 상담을 해준 것인지 상담을 받은 것인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