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브런치 글을 쓰면서 환갑 준비를 했다. 준비를 하면서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환갑잔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 였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통째로 하루 빌려 많은 지인들을 초청할 까도 했지만 그런 잔치는 일찍 포기했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는다는 것은 서로 매우 어색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잔치를 여러 번 하기로 했다.
환갑 하루 전날에는 교회 차량봉사위원회에서 잔치를 해주었다. 위원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환갑 날에는 동생 부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아직도 3번 정도의 잔치가 남아 있다. 식사하며 첫 잔의 건배가 내 환갑을 위한 것이면 다 내 환갑잔치라고 생각한다. 환갑 날이 마침 토요일이라 분당 밑 죽전에 사는 동생 부부는 홍대 앞 저녁식사에 늦지 않기 위해 두 시간 전에 출발했으나 결국 30분 늦었다. 토요일 오후 서울의 도로 상황을 우리 모두 알지 못했다.
저녁식사를 한 일식집은 생일파티를 거하게 해 주었다. 방안에 생신축하 현수막도 걸려 있고, 촛불을 꽂은 사시미 케이크란 것을 난생처음 보았다. 그리고 단체사진을 찍어 액자 서비스까지 해주었다. 2차로 간 홍대 앞 라이브 카페에서 딸이 주문 제작한 근사한 환갑 케이크를 또 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와 골프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장식의 케이크이다. 그리고 카페에서 딸은 내게 보내는 편지를 무대 마이크를 잡고 읽었다. 나도 뭉클했는데 오히려 딸이 읽다가 결국 울면서 간신히 마무리했다. 누구를 닮았는지 내 딸은 울음이 정말 많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작년부터 환갑 때 뭐해줄 거냐고 볼 때마다 묻던 아빠의 그 환갑이 드디어 오늘이네. 대체 환갑이 뭐길래 이렇게 유난이냐 했을 정도로 아빠가 기다렸던 날인데 이렇게 오늘 가족들끼리 행복하게 보낼 수 있어 참 다행이야. 60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의 큰 아들로, 엄마의 혈압상승을 담당하는 남편으로, 우리의 든든한 아빠로, 이제는 곧 태어날 아가의 할아버지로 사느라 참 수고가 많았어. 우리 가족 어릴 때부터 함께 여행도 많이 다니고 정말 소중한 추억들 많이 쌓게 해준건 다 아빠 덕분이야. 살면서 그렇게 가족과 함께한 추억이 삶의 큰 자산이 되더라. 우리가 이렇게 가족으로 함께한 추억들의 중심에 아빠가 있었음에 항상 감사해. 요즘 같은 시대에 60세는 아직 청춘이잖아. 오늘부터 시작될 아빠의 우아한 제2의 인생을 응원할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항상 즐기며 성취하는 아빠에게 많이 배워. 앞으로도 오래오래 우리 가족 하고 싶은 것 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사랑하고 또 사랑해! 2018.10.13. 딸 지민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항상 즐기며 성취하는 구절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는 항상 구체적인 희망사항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틈 날 때마다 가족들에게 얘기한다. 당장은 할 수 없어도 항상 마음에 두고 있다 보면 기회가 꼭 온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이제 매일 잔치하듯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