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 수 있습니다.
금요일 12시 정오에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골프장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서울을 벗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아침 8시에 출발하면 충분하다.
눈을 뜬 순간 시계를 보니 아직 여섯 시가 안되었다. 다시 잠을 청할까 하다 그냥 일어났다. 세수도 하지 않고 주섬주섬 챙겨서 집을 나섰다. 밖은 아직 깜깜하다. 해뜨기 전에 운전대를 잡고 길 떠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핑크빛이 감돌기 시작하는 하늘을 운전석에 앉아서 감상하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하늘도 훤해지기 시작하자 배도 출출하다. 항상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고, 먹고 싶은 것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휴게소에서 도넛과 커피 한잔으로 행복했다.
이른 시간이라 고속도로가 한산하다. 그리고 지금 단풍이 절정이다. 이런 절정의 단풍을 지난 60년 동안 몇 번이나 보았나 헤아린다. 그리고 앞으로는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내비가 알려주는 예상 도착시간이 오전 9시다. 골프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에 생략한 샤워를 한다 하여도 정오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 액셀에서 발을 떼고 단풍을 즐기기 시작했다. 시간도 많으니 연비 운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즈음 신차들은 연료 소모율을 상시 알려준다. 브레이크는 물론이고 액셀도 거의 밟지 않으면서 자동차의 탄력을 최대한 느끼면서 운전할 때 최고의 연비를 얻을 수 있다. 보통 평균 시속 80킬로 전후에서 가능하다. 폭스바겐 시로코의 연비가 25킬로 이상 나온다.
드디어 경상북도에 들어선 것 같다. 고속도로 위 안내판에 졸음운전 방지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쉬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 수 있습니다.'
한 때는 과속운전에 의한 사고가 많았지만 이즈음은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들이 많이 보도된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아져서 과속을 하기는 힘들어지고 단조롭고 따분한 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조롭고 따분한 운전은 졸음을 불러온다. 졸음쉼터가 여기저기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깜박 졸다 깨보니 저승이란 것도 어디서 본 것 같다.
생존 본능이 있는 인간에게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래서 많은 경고 표지판에 해골이 그려져 있다. 해골을 보면 누구나 섬뜩해한다. 그래서 한 템포 늦추면서 조심하는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을 수 없을까?
진정 죽었다가 살아 난 사람이 없으니 우리는 죽음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하면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면서도 우리는 일상에서 죽음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죽음을 막연히 두려운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
사는 것이 여행이듯이 죽음도 여행이다. 1박 2일 출장 여행을 가도 우리는 짐을 싼다. 한 달 배낭여행이라도 떠날라 치면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 리스트까지 만든다. 죽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여행인데 대부분은 아무 준비도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떠난다. 각오하고 소소한 것 까지 준비하면 덜 두렵지 않을까?
오른쪽 단풍 경치 사이로 빨간 경고판이 지나간다.
'저승사자와'
'통화하고'
'계십니까?'
영화나 드라마처럼 저승사자나 도깨비를 가끔 만날 수 있다면,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지금 같지는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