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란 누굴까?
2018년이 어김없이 간다.
년말년시에 우리는 많은 다짐을 한다. 매일 아침 눈뜨며 해도 될 많은 맹세를 왜 년말년시에 몰아서 하는 것일까?
일년이란 지구가 태양을 크게 공전하는 시간이다. 지구는 이미 태양 주위를 45억 번이나 돌았다는데 2018년이 가고 2019년이 오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기는 할까 싶다.
인간의 수명 80년 해봐야 25억초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의 나이 45억년을 인간의 80년과 비교하면 일년이란 0.5초에 지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인 것을...
년말이면 으례 대학동기 모임이 있다. 강남역 9번 출구 부근의 한정식집이다. 작년에도 여기서 했다. 매우 추웠던 밤공기를 가르며 길을 걷던 기억이 난다. 오늘도 어둡고 춥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러 집을 나섰다. 대부분 올해 환갑이나 진갑을 맞은 77학번 어르신들이다.
엊그제 발표한 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주력기업 사장으로 영전한 동기가 밥을 샀다. 책임이 무거운 등기이사인 대표이사 사장의 년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들 하면서도 정작 동기가 앞에 앉자 아무도 차마 묻지는 못했다. 자본주의에 살면서 돈으로 물건이나 자리를 평가하는 것에 우리는 불편해한다.
대전에서 온다는 동기는 8시 도착예정이라는데 6시에 시작한 식사는 7시가 조금 넘자 끝나간다. 밥 먹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고 눈 앞의 접시를 빨리 비워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을 갖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도 때울 겸 자기 근황 소개하고 건배사 한마디씩 하며 20명이 돌아가니 드디어 대전 친구가 도착했다. 밥은 이미 때우고 왔단다. 친구는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이즈음의 탈원전 분위기에 대한 소회와 울분을 한참을 토로했다. 대학동기들은 거의 40년지기이다. 나는 갖고 있는 친구의 대부분이 대학동기들이다.
좋은 친구란 누굴까?
밥 잘 사고 술 잘 사는?
내 얘기 잘 들어주고 소위 리액션 좋은?
아니면 아주 편한?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만나면 자극이 되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내게 없는 에너지가 넘쳐 자극이 되고,
나보다 훨씬 젊어 보여 자극이 되고,
총명한 눈망울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어 자극이 되고,
여유있는 동작과 우아한 표정을 갖고 있어 자극이 된다.
자극을 느낀다는 것은 부러운 것이다. 부러운 것과 시기질투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 같다. 시기질투는 마음에 상처를 남기지만 부러움은 점점 나태해져 자꾸 눕고 싶은 나를 일으켜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