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Dec 16. 2018

결혼식 참석 후기

 나도 꿈이 생겼다.

저녁 결혼식 왔다. 인터콘티넨탈 파르나스 5층 그랜드볼룸이다. 대학 동기 아들 결혼식이다. 제법 일찍 집을 나서 결혼식 시작 30분도 전에 식장에 도착했다. 혼주에게 인사하고 그랜드볼룸 원탁에 앉았다. 내가 일등이다. 소위 Virgin road 옆 중앙이 제일 잘 보이는 자리를 잡고 동기 단체 카톡방에 나의 도착을 알렸다. 하나 둘 동기들이 도착하여 주위에 자리를 잡는다. 오랜만에 보게 된 동기도 있다. 이렇게 여유 잡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훌륭한 결혼식이었다. 주례 없이 신랑과 신랑 아버지가 함께 입장하고 신랑 아버지가 성혼선언문 낭독하고 신부 아버지가 덕담을 했다. 원탁에도 10명이 아닌 8명의 의자만 놓아 여유 있어 좋았다. 특히 왕새우구이와 함께 살치살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안심보다 살치살이 더 맛있다는 경험을 했다. 왜 빵이 없나 했더니 스테이크 다음에 전복갈비탕과 밥이 나왔다. 가득 따른 포도주 두 잔과 함께 꼬박 두 시간의 결혼식을 동기들과 환담하며 즐겼다.  


이런 자리에 앉으면 으레 묻는 것이 자식들 혼사는 다 끝냈냐는 것이다. 부모로서의 큰 책임을 다 했냐고 묻는 것이다. 가능하면 동기들 혼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묻는다.


부모로서의 가장 큰 부담은 자식이다. 특히 노후에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이 걱정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30년 전 내 젊을 때를 생각해 보면 내 부모님들도 그렇게 빨리 결혼하라고 다그쳤다. 아직 돈 못 버는 박사과정 학생인데. 결혼은 남들 갈 때 가야 한다고...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렇게 안정된 직업과 직장을 찾고 심지어 안정된 배우자까지 찾는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생활의 안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생활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30년 아니 지난 10년의 한국사회의 변화는 거의 혁명적이어서 이제는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자식들은 주장한다.


올해 만 60인 사람들의 기대여명이 남자는 22.5년이란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잘해야, 평균을 해야 앞으로 23년 살 수 있단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에코세대라는 베이비부머의 자식들은 틀림없이 백수 할 것이다. 30살에 결혼하면 아직도 7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지금의 이혼과 재혼의 통계를 보고 유추하면 70년 동안 평균 두 번 이상의 결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세 번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아들에게 결혼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아들: 어제 소개팅했다.

아빠: 이뻐?

아들: 안이뿐 것 빼고 다 괜찮아

아빠: ㅎㅎ 모가 특히 괜찮다는 거야?

아들: 특히 괜찮은 건 없어. 전체적으로 괜찮은 거지

아빠: 이쁜 거 오래 못가! 안 이쁜 거는 아예 못가! 이런 거 들어봤어?

아들: ㅇㅇ 들어 봤어.


내 아들은 아직 결혼 생각 없단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도 이제 만 4년 했으니 결혼 생각이 있을 만도 하건만 아직이란다. 온갖 잔소리 들으며 부모한테 용돈 받아 살다가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것이 좋단다. 결혼하면 이렇게 자유롭게 살지 못할 것을 안단다.


어떤 사람의 꿈은 '자유인'이 되는 것이란다. 자유인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하고 싶을 때,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란다.


그래서 나도 이 나이에 꿈이 생겼다.


아들에게 물었다. 내년 설날 연휴에 뭐할 거냐고? 직장인에게 이런 연휴는 정말 소중한 것이다. 아직 거기까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단다. 나랑 둘이 따뜻한 동남아로 여행 가자고 했다. 내가 비행기 표랑 숙박비용 댈 테니... 다행히 아들이 좋단다. 단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푹 쉬는 조건으로...


기대여명



매거진의 이전글 년말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