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번 연휴에 집에 오냐?
아들: 못가. 연휴에 일본 가기로 했어.
아빠: 그래? 누구랑 가냐?
아들: 지인이랑.
아빠: 지인이라니?
아들: 아빠가 굳이 알 필요 없는 내가 아는 사람!
아빠: 헐.
30살 4년 차 직장인 아들은 '자유인'의 속성을 갖고 있다. 30년을 키웠는데 가끔은 완벽한 타인처럼 느껴진다.
결혼한 딸이 영화를 함께 보잔다. 시내에 볼 일도 있고 이번 주내에 꼭 봐야 하는 영화가 있는데 차 없이 혼자 하기 그렇단다. 차가 있는 같이 영화 볼 사람이 필요하단다. 나와 아내에게 동시에 제안했으나 아내는 바빠서 안된단다. 제목을 들어본 영화다.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미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어 상영관과 상영회수가 많지 않다. 적당한 시간과 이동거리 등을 감안하여 화요일 10:40 대한극장으로 결정했다. 400석 정도의 공간에 열댓 명 정도의 관객만 있다. 여유가 있어 좋다. 심지어 조조할인도 되었다. 영화 상영 전에 대한극장의 홍보 동영상을 보았다. 대한극장은 1958년에 개관했다. 나랑 나이가 같다. 환갑이네. 우리나라 최초로 70mm 영사기를 틀었단다. 국민학교 땐가 그 유명한 영화 '벤허'를 여기서 봤던 것 같다. 2001년 리모델링하여 Multiplex로 재개관했단다.
딸과 함께 배꼽 잡으며 본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다.
40년 된 소위 불알친구도, 심지어 배우자도 영화 속에서는 '완벽한 타인'이다. 완벽한 타인의 증거는 스마트폰 속에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하여 차고도 넘치게 나온다. 그래서 "사고 치면 핸드폰 절대 뺏겨선 안된다."던 한 인간이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의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하루에 전화 3번 하면 사랑하는 사이, 5번 하면 의처증, 1번도 안 하면 부부 사이.
여자들의 대화 중에 “걔 재수 없어!” 하면, 걔는 여자들도 누구나 인정하는 예쁜 여자란다. 여자들은 예쁜 여자를 표현할 때 재수 없다고 한단다.
영화 ‘완벽한 타인’ 중에서...
아들은 친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지인이라고 하여 친구와 구분한다. 난 익숙하지 않은 지인이란 단어에서 아들이 타인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