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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11. 2016

라파즈의 유일한 한국음식점 Corea town

익숙한 것이 절실히 그리울 때


라파즈는 남미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볼리비아의 수도이다. 사실 볼리비아는 여행하기 힘든 나라이다. 남미에서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한 나라이고, 해발고도가 높아서 고산 적응에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페루 뿌노에서 아침에 버스로 출발하여 국경을 넘어 간신히 저녁에 라파즈에 도착했다.

라파즈는 독특한 도시이다. 날씨가 좋으면 여름에도 멀지 않은 설산이 보이는 도시이고 세계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수도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것뿐 아니라 도시 내에서 해발고도의 차이가 매우 크다. 가장 낮은 지역의 해발고도가 3200m 정도인데 반해 도시의 제일 높은 지역은 해발 4100m가 넘는다. 도시 안의 고도차가 아주 심하다 보니 도시 전체의 경사가 심할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도로와 길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볼리비아 전체 인구가 1100만 정도라는데 그중 200만 이상이 이 곳 라파즈에 살고 있다고 한다. 보통 대도시에는 지하철이 운영되는데 이 곳 라파즈에는 지하철이 없다. 그 대신 세 개의 케이블카 라인이 운영되면서 대중교통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 케이블카를 타고 도시의 고지대로 오르면서 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기분이다.

페루의 꾸스코, 마추픽추, 푸노 등의 고산지대를 힘들게 지나오다 이제 라파즈에서 어느 정도 절정에 오른 느낌이다. 비행기로 라파즈에 도착하면 보통 고산병 때문에 며칠 쉬어야 한다. 우리는 계속 버스로 이동했기 때문에 고산증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고산증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부족한 산소에서 오는 두통을 참을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몸의 컨디션은 엉망이다. 비아그라와 소로치를 계속 먹으니 그 부작용으로 몸이 힘들다. 몸이 힘들면 익숙한 것이 댕긴다. 며칠 전 꾸스코에서 먹었던 한식이 다시 간절해진다.

라파즈에 Corea town restaurant 이란 한국음식점이 딱 하나 있다. 단 한 끼의 선택인데 메뉴판에는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신라면과 공기밥, 탕수육과 김밥,  된장찌개, 김치찌개.. 메뉴판을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돈다. 한국에선 너무 흔하고 익숙한 음식들이 너무나 반갑다. 한 가지밖에 주문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장 익숙한 것들이 가장 먹고 싶다.

사람이 죽을 때까지 즐겨 먹는 음식은 30살 이전에 먹어본 음식이란 얘기가 있다. 그래서 30살 이전에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들을 접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다양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고 남보다 폭넓은 인생을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해석을 하면 30살 이전에 익숙해진 것 만이 나중에도 절실히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라파즈 근교의 달의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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