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agonian lamb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파타고니아 칠레 지역의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이다. 파타고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저녁 무렵 도착했다. 호텔 첵인을 하고나서 망설이게 된다. 이 작은 칠레의 마을에서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이번 여행 중에 가장 힘든 선택 중의 하나가 저녁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이다. 숙소와 이동수단은 이미 정해져 있기에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는 세계공통이라 거의 모든 정보가 같은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결정이 쉽지만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아니다. 먹고 싶은 한국음식은 아예 없고, 내키지 않는 음식들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경우 결정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Patagonian lamb. 바릴로체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부녀가 추천한 음식이다. 양을 통째로 장시간 구워낸다. 가죽이 벗겨지고 사지가 고정된 양이 음식점 쇼윈도우를 장식하고 있다.
인간은 결정의 순간에 망설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종의 결정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에 망설인다. 남이 결정해 주기를 기다릴 때도 있다. 심지어 남의 결정을 무작정 따라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아무도 참조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엔 많이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선택은 미룰수 없어 빠른 결정을 요구하고, 때론 별것도 아닌 결정을 하면서 오랫동안 머뭇거린다.
이즈음 너무 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널려 있다보니 사람들은 별거 아닌 것도 결정을 인터넷에 의지한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잉여사회(surplus society)에서 정보도 잉여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과잉의 시대에 망설임없이 모든 일을 확신에 차 헤쳐나가는 사람을 보면 때론 부럽기까지 하다. 살아가면서 해야하는 많은 선택을 자신있게 한다는 것은 자기 주관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이제 환갑이 가까이 오면 없던(?) 주관도 만들어야 한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무엇이 먹고 싶은지 항상 정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구체적이어야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싫다고 빨리 말해야 한다. 그래야 망설이지 않고 확신에 찬 여생을 살 수 있다.
길의 끝이 바다와 맞물려 있는 푸에르토 나탈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