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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5. 2019

미얀마 2

석양을 보며 죽음을 생각한다


미얀마 양곤에서 하루를 쉬고 오늘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로 비행기 타고 이동한다. 도로와 철도가 미비한 미얀마에서는 이런 거리는 야간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보통이다. 버스 가격의 배가 넘는 큰돈(100불)을 들여 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은 배낭여행객에게는 큰 사치다. 난 사치하기로 했다. 이제 야간 버스는 졸업했다. 밤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아침에 화장실도 못 간 상태에서 버스터미널에 내려 어렵게 호텔을 찾아가도 첵인 시간 전이라 영 꿉꿉한 상태로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는 고생스러운 이동은 이젠 안 하련다. 하루 숙박료를 벌 수 있다 해도...

새로 지은 양곤 공항 국내선 3 터미널은 아주 쾌적하다. 활주로 전망도 좋은 아주 여유로운 공간이다. 쌍발 터보 프로펠러 기종인 프랑스의 ATR 여러 대가 계류장에 있다. 이 기종은 난생처음 타보는 것 같다. 터보 프롭이 더 안전하다고 들었던 것 같다. 사고 확률이 작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만달레이 공항은 만달레이 도심에서 40킬로 이상 떨어져 있다. 공항에서 어떻게 M3호텔로 이동해야 하나 미리부터 걱정스럽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지에서 호객꾼 등쌀에 정신줄 놓기가 십상이다. 바가지요금도 은근히 걱정스럽다. 그런데 만달레이 국제공항은 아주 깨끗하고 호객꾼도 없다. 도착 로비에 택시 부스가 있고 그 옆에는 공항버스 부스가 있다. 호텔까지 데려다준다는 미니버스요금이 우리 돈 3000원이다. 현대자동차 25인승 카운티 미니버스에 나 같은 여행객을 가득 태우더니 일일이 호텔들을 확인한다. 한 시간을 달려 만달레이 도심에 진입하자 호텔들을 차례로 돌며 한두 명씩 내려준다. 근 열개가 넘는 호텔을 돌면서 버스 안은 점점 비어 간다. 설마 내가 마지막인가 했는데 내리면서 보니 아직 네 명이 더 있다.

M3 호텔 프런트에 세 명의 아가씨가 있다. 내 여권을 복사하더니 매니저 같은 제일 우아한 아가씨가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Can you speak Korean?” “조금요...” “혹시 한국 드라마 보면서 한국말 배운 거 아녜요?” 긍정의 뜻으로 아가씨가 하얀 이를 살짝 드러내며 웃는다. 아가씨들끼리 서로 확인하더니 내가 예약한 방(3박에 90불)을 업그레이드해준단다. 한국말하는 아가씨의 배려인 것 같다. 만달레이가 더 좋아졌다.

‘1852년의 제2차 영국-버마 전쟁에서 버마는 국토의 반을 잃었고 1858년부터 1861년에 걸쳐 새 수도 만달레이를 건설해 천도했지만, 1885년의 제3차 영국-버마 전쟁으로 왕조는 멸망했고, 1886년에, 영국령 인도에 병합되어 그 한 주가 된다.(위키백과)’

그래서 만달레이는 19세기에 수도였다. 그리고 방사형이 아닌 바둑판처럼 직교형으로 깔끔하게 건설되었다. 지금은 중국 윈난 성과 가까워 중국과의 교역 중심지가 되었단다. 양곤에 비해 아주 깨끗하고 지대도 높아 기온도 낮다.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관광명소는 일출과 일몰 시간에 수도원, 사원 및 파고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이란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이 일출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 알람 소리에 깨어 컴컴한 어둠을 헤치고 해 뜨는 것이 잘 보인다는 장소에 자리를 잡는다. 어디에서 어느 계절에 어떤 날씨에 누구와(혼자라도 괜찮다.) 어떤 심리상태에서 보느냐에 따라 일출은 다 다르기에 항상 새롭고 신선하다. 이런 일출이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일출을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것이다.

서쪽 하늘로 해가 지면서 일대를 붉게 물들이는 것이 일몰이다. 일몰시간은 스마트폰으로 매일 알 수 있다. 그 시간대에 하늘을 보기 위해 매일 기다리지 않는다. 여행이라도 가야 지는 해를 볼 여유가 있다. 호텔 9층 Roof top bar에서 붉게 물든 서쪽 하늘을 보면서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디에서 어느 계절에 어떤 날씨에 누구와 어떤 심리상태로 보느냐에 따라 일몰은 다 다르기에 항상 새롭다. 이런 일몰이 더 이상 뿌듯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일몰을 보는 순간 애틋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미 충분히 살 만큼 산 것이다.

일출과 석양에 특별한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 존재가치가 다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지는 태양의 그림자를 열심히 찍는다.

양곤 국내선 터미널에 웬 Korea
멀리 만달레이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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