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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22. 2019

미얀마 10

난 여행을 좋아하지 관광은 아닌 것 같다.



미얀마 양곤으로 선배가 왔다. 월요일 아침에 도착한 선배와 평일에는 매일 골프를 쳤다. 그러나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둘이서 플레이할 수 없단다. 값도 비싼데 잘됐다고 생각하고 토요일에는 당일로 관광을 하기로 했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바간, 만달레이와 인레호수 이다. 그다음 정도가 양곤에서 당일치기 관광이 가능한 짜익티요의 Golden Rock 이다. 미얀마 불교의 3대 성지 중에 하나인 이 곳을 ‘Golden Express Tour Co.’ 의 외국인 그룹 투어를 페북으로 하루 전날인 금요일에 예약했다. 양곤 다운타운에서 아침 여섯 시 출발이라 솔직히 좀 망설였지만, 다행히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City golf resort hotel)이 원래 루트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아 특별히 픽업해 주겠단다.


영어 가이드 젠과 운전기사 조조가 신형 도요타 하이에이스로 아침 6시 10분에 호텔로 픽업하러 왔다. 이미 차에는 독일 커플과 한국 초등학교 여선생님, 싱가포르 여인(은행 감사를 위해 몇 주 양곤에 머문단다), 대학을 휴학하고 7개월 여행 중인 독일 청년이 타고 있었다. 제일 뒷좌석에 앉을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때 미얀마에서 전사한 영국 군인들의 묘지에서 잠깐 사진 찍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위한 30분 정차 외에는 짜익티요 트럭 스테이션까지 내리 달렸다. 거의 네 시간 걸린 듯. 트럭으로 갈아타고 정상을 올라야 한단다. 트럭은 사륜구동이고 4.5톤 정도 되어 보인다. 짐칸을 개조하여 한 줄에 여섯 명씩 일곱 줄을 꽉꽉 채우고 험준한 산길을 무섭게 오른다. 트럭의 형태가 모두 똑같다. 최적화되어 있으나 너무 좁고 흔들려서 더 나이 들면 쉬운 일이 아니겠다 싶다. 중간에 짧은 구간에 곤돌라가 있으나 이미 트럭에 충분히 적응했기에 타지 않았다. 우리 트럭에서는 열 명 정도만 내려 곤돌라를 탔다.


Golden Rock 은 산 정상에(해발 1400미터)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있다. 정상 부근에 제법 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시장도 있고 호텔이나 음식점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 광장에서 하루나 이틀을 노숙하면서 일출과 석양을 보며 부처님께 소원을 빈단다. 다음 생에는 부잣집에 태어나기를 빌지도 모르겠다. 흔들바위 같이 위험하게 서 있는 큰 바위는 전체를 금칠을 해 놓았고 접근이 용이한 뒤쪽에는 사람들이 금박을 돌에 붙이며 비싼 소원을 빌고 있다. 부처님이 금을 좋아하나 보다. 그 많은 파고다와 불상도 금칠이나 금박을 입히는 것을 보니...


정상 부근에는 괜찮아 보이는 호텔도 몇 개 있다. 호텔에서 하루 이틀 자면서 일출과 석양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경험이라 생각했다.


점심을 먹으며 독일인 토마스가 묻는다. 한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가보고 싶다며 한국에 어디가 좋으냐고? 설악산이나 제주도를 얘기할 까 하다가  다 좋다고 했다. 일 안 하고 보는 경치는 어디나 좋지 않냐고 했다. 토마스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보이나 토마스의 여자 친구가 옆에서 긍정의 웃음을 보인다.


혼자 여행하는 알렉스는 점심에 맥주를 마시지 않는다.(다른 모든 사람이 미얀마 맥주를 마시는데)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와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고 있는데 제일 부담스러운 것이 술값이란다. 아직도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여행하고 일본에서 부모님을 만나기로 했단다. 부모님 만날 때까지는 돈을 아껴야 한단다. 오스트리아 작가가 독일어로 쓴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란 책을 읽었냐고 물었다. 안 읽었단다. 꼭 읽어 보라고 했다.


지금 양곤의 은행을 감사 중인 싱가포르에서 온 아가씨는 주말에 관광 나왔단다. 싱가포르에서 대학 나왔냐고 물었다. 그렇단다. SMU 냐 Nanyang 이냐고 물으니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싱가포르를 그렇게 잘 아냐고 묻는다. 내 딸이 SMU 에 교환학생으로 1년 가 있었고 나도 싱가포르를 몇 번 가봤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젊은 남녀들이 평균 몇 살에 결혼하냐고 물었다. 30살 넘어야 한단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싼 값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살 수 있단다. 그렇게 살다가 만약 이혼하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국가에 반납하고 나와야 한단다. 그래서 이혼 못하는 남녀도 많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초등학교 선생님은 경기도 군포에서 벌써 8년이나 근무하고 있단다. 2주 동안 미얀마를 혼자 여행하고 있단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니 저녁 여섯 시가 거의 되었다. 12시간의 긴 관광이 끝났다. 역시 관광은 힘들다. 난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지 관광은 아니란 생각이 점점 확고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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