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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31. 2019

아들과 연휴를 둘이서


아들이 내일 필리핀으로 온다. 설날 연휴를(아들은 직장생활 5년 차다) 이 곳에서 둘이서 보내기로 했다. 함께 있는 시간은 꼭 만 3일 72시간이다. 연휴기간의 붐비고 비싼 비행기를 피해 난 아들보다 이 곳에 먼저 와서 기다리다 아들보다 늦게 간다. 사실 부자지간에 같은 비행기를 탄다는 위험도 피하고 나는 방학이라 시간도 많다.


아들과 둘 만의 지난 여행을 회상해 본다.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두 번 있었다. 무지 싼 괌 비행기표를 구해 둘이서 괌 힐튼호텔에서 3박 동안 호텔 밖으로 안 나가고 뒹군 적 있다.(아들은 개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 바닷가 호텔에서의 3박을 아들은 잊지 못한다. 초등학교 6학년 초여름에 둘이 인도 히말라야를 3주 헤맨 적 있다. 그땐 나도 힘들었다. 그때 아들은 아빠를 믿고 쉽게 따라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들이 군대 제대한 바로 다음 날(2월 중순이라 아들의 복학까지 시간이 있었다) 우리 둘은 하노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노이에서 호찌민을 9박 10일 동안 주로 기차를 이용하여 배낭여행을 하며 종주했다. 그때 아들이 그랬다. 괌에서 처럼 개길 줄 알고 따라나섰는데 군대에서 고생한 아들에게 웬 배낭여행이냐고... 이번 여행은 괌에서 처럼 바닷가 리조트에서 완벽한 휴식을 한다는 조건으로 성사되었다.(아들은 휴식이 필요 하단다)


동남아시아 행 비행기가 그렇듯이 필리핀 도착이 자정을 넘어서다.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에 도착하면 새벽 두세 시가 보통이다. 아들을 픽업하러 공항에 나가야 하나 하고 잠시 고민했다.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쓴다. 호텔의 공항 픽업 서비스를 부탁했다. 낯선 공항에서 그리고 픽업 서비스를 처음 경험할 아들에게 카카오톡을 했다. 픽업 서비스를 부탁했다고.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지도 10년이 다 되어가는 아들에게 얼마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하나 또 고민했다. 도착 로비에서 네 이름을 발견하지 못하면 공항 건물을 나와 10시 방향 길 건너편의 웬디 햄버거집 쪽으로 걸어가면 거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름표 들고 기다리고 있다고(도착 로비가 넓지 않아 아예 공항 건물 안으로는 사람을 들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버지는 아들이 경험이 없어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부자지간의 관계가 어려운 것은 동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 제일 크다. 관계의 어려움은 아버지보다 아들이 훨씬 크게 느낀다. 회사에서도 동등하지 않은 관계가 훨씬 더 어렵다. 관계의 어려움을 역시 아랫사람이 훨씬 크게 느낀다. 이런 관계를 좋게 유지할 책임과 의무는 아버지에게 있고 윗사람에게 있다.


대우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문제다.


아들은 올해 만 서른이 되고 난 환갑이 몇 달 전이었다. 30년 이상의 나이차가 난다. 그래서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아버지인 내가 더 경험이 많고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런 경험이 1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그리고 앞으로 살아 내야 할 세상도 전혀 다르다. 화성이나 금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에게 지구에서의 인간의 경험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잔소리하지 말고 그냥 함께 개기자.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도 내 의견 내지 말고 그냥 함께 헤매자.


아들이 온다니 마음이 설렌다.


사족: 아들에게 둘이서의 여행이 네 번째라고 하니 아들 왈 “해외여행만 보면 그렇지만 지난 2년간 둘이서 배 타고 낚시를 얼마나 많이 했는데...” 그러고 보니 아들의 레저보트 타고 둘이서 낚시를 한 20번 한 것 같다. 놀아 주는 아들이 있어 난 참 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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