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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08. 2019

Angeles city 여인들의 고달픈 삶

천사들의 도시



Angeles city는 필리핀의 천사들이 사는 도시다. Los Angeles처럼. 스페인어 발음 앙헬레스로 이 곳에서 불려진다. 미군이 주둔했던 클락 공군기지의 배후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이 일대를 덮어 버렸다. 공군기지는 폐쇄되고 몇 년에 걸쳐 복구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데, 한 시간 거리인 수빅만과 함께 필리핀 제일의 오락, 레저, 관광의 도시가 되었다. 한국 관광객이 많아 코리아타운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 한국음식점도 많아 나처럼 입이 짧은 사람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더욱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것 같다. 성수기인 겨울에는 하루에 8대의 비행기가 한국에서 직항으로 날아든다. 인근 골프장 입장객의 80% 이상이 한국 사람인 듯하다.


알리타는 큰 눈을 가진 골프장 캐디이다. 가녀린 몸으로 철제 카트를 끌고 나를 따라다니는 모습이 애처롭다. 이 땡볕에 골프 라운딩 다섯 시간을 따라다니면 캐디피로 500페소(나는 625페소를 골프장에 지불한다) 캐디팁으로 100페소 받는다. 89년 생이라니 올해 만 서른이 된다. 7살 난 딸이 이번에 초등학교 갔단다.  딸 아빠와는 4년 전에 헤어졌단다. 회사에 고용된 운전기사였는데 생활비를 토요일마다 1000페소 만을 줬단다. 알아보니 이미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애도 있더란다. 그래서 헤어졌단다. 그때부터 캐디 일을 배워 시작했는데 이제 3년 했단다.  알리타는 어릴 때 엄마가 병으로 죽고 아빠는 돈 벌러 떠났단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키워졌단다. 지금은 자신을 키워줬던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산단다. 할아버지 할머니 수입을 물어보니 할아버지 여동생이 매달 얼마씩 약값과 집 유지비를 보태준단다. 내일은 할아버지 모시고 병원(다리가 불편해서) 가야 해서 내 캐디일을 못한단다.


알리타 옆집에 사는 제나는 알리타의 친척이다. 제나가 캐디일을 먼저 시작했고 알리타는 제나를 따라다니면서 캐디가 되었다. 제나가 알리타보다 한 살 어리다. 그러나 제나는 애가 넷이고 남편도 있다. 제나의 남편은 전깃줄 교체공사 일을 하는데 이 일이 매일 없단다. 거의 매일 캐디일을 하는 제나를 대신해서 남편이 집안일을 도맡아 한단다. 물론 아이 넷을 키우는 것도... 제나를 고정 캐디로 사용하는 골퍼가 거의 매일 골프를 치기에 제나는 거의 매일 캐디일을 한단다. 그래서 수입이 좋단다.


Shela는 마사지사다. 여기서는 massage therapist라고 한다. 17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하고 마사지했다는데 지금 24살이다. 4살 난 딸과 둘이 산단다. 마사지샵에서 일하는데 마사지샵은 12시간 2교대로 운영된단다. 낮 근무는 아침 열 시부터 밤 열 시까지, 밤 근무는 밤 열 시부터 아침 열시까지란다. 매주 일요일마다 근무조가 교대되고 일요일은 낮 근무조가 24시간 일한단다. 그래서 밤 근무조는 일요일이 휴일이고 밤 근무조 때 돌아가면서 하루 쉰단다. 마사지샵에서 보통 한 시간 마사지가 300에서 400페소 하는데 자기 몫은 그중의 30% 란다. 출근하면서 딸을 근처 숙모 집에 맡겼다가 퇴근하면서 찾아간다. 물론 애 봐주는 숙모한테 돈 낸단다. 애 아빠와는 진즉에 헤어졌단다. 일도 안 하면서 술 마시고 행패를 부렸단다. 소리치고 부시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단다. 고향은 루손섬 동북단 카가얀주의 아파리이고 여기서 버스로 17시간 걸린단다. 부모님 사는 고향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간단다.


MG 도 마사지사다. 23살이고 마사지 배운 지 여섯 달 됐단다. 어쩐지 영 서투르다. 마사지 배우기 전에는 Laguna 지방의 한국 전자부품 회사에서 일했단다. 에어컨 와이어링 하니스를 만드는 회사인데 품질검사를 했단다. 왜 그만두었냐고 물으니 계약기간이 끝나 그만둘 수밖에 없었단다. 고향은 이사벨라주의 카오얀시란다. 이 곳 Angeles 에는 아는 사람이 없단다. 앙헬레스의 거의 모든 호텔에서 마사지를 원하면 호텔 프런트에서 마사지사를 불러 준다. 한 시간에 보통 400페소인데 호텔 프런트가 150페소, 마사지사를 보낸  마사지샵이 200페소, 마사지사에게는 50페소와 손님의 팁이 주어진단다. 마사지샵은 MG 같은 마사지사에게 교통편과 숙식을 제공한단다. 아파트에 다섯 명의 마사지사가 함께 산단다. 교통편을 제공하는 샵의 운전기사가 지금 MG의 애인이란다.


천사의 도시 앙헬레스에서 쉽게 마주치는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마사지사나 골프장 캐디들의 삶은 고달프다.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용감한 필리핀 사람들은 중동을 비롯한 외국으로 고달픈 돈벌이를 하러 나간다. 최근에 중동의 한 필리핀 가정부가 집주인에게 학대받다 살해되어 뉴스가 되었다.


다 같은 영혼인데 어디에 태어났느냐가(던져졌느냐가)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 삶을 만든다.


참고: 필리핀 1페소가 한국돈으로 21.5원이다. 100페소가 215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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