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이 아닌 관계를 갈망한다.
조지아 여행이 점점 다가온다.
(7/4 - 7/25 트빌리시 in/out)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서 묵을 것인지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는지라 정보를 모으고 여행을 구상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블로그나 브런치에 조지아 관련 글도 찾아 읽어보고, 조지아 여행 카페에 가입하여 부지런히 게시판을 훑는다. 익숙하지 않은 지명들이 나올 때마다 오른쪽 모니터에 띄워 놓은 구글맵에 부지런히 표시(녹색의 want to go와 노란색의 starred places)를 한다. 나는 이미 조지아 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러한 표시를 하고 있는 시간이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단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도착하여 3박을 지낼 숙소를 예약했다. 이즈음 내 여행의 스타일이 무척 늘어졌다. 온전한 이틀의 자유시간을 누리고 즐기기 위하여 보통 한 곳에서 3박을 한다. 일단 트빌리시에서 시차 적응도 하고 긴 비행의 피로도 풀어야 한다. 그다음은 조지아를 여행한 사람이면 꼭 가는 카즈베기를 먼저 가야겠다. 모든 여행객이 가는 것에는 분명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를 조지아에 가게 하는 사진의 장소도 카즈베기다. 카즈베기의 숙소를 이어서 3박 예약했다. 조지아 도착 후 6일의 숙소를 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머물 곳이 정해졌다는 것에 안도감이 생긴다. 가장 안도감을 주는 집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면서...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트빌리시와 카즈베기에서의 이틀씩의 자유시간의 자유를 상상하면 된다.
숙소를 선택하는 순간에 다른 사람들의 숙소에 대한 리뷰는 내게 큰 영향을 준다. 대부분의 경우 나빴다는 리뷰보다는 좋았다는 리뷰가 훨씬 많다. 좋은 리뷰보다 나쁜 리뷰가 더 많은 숙소나 식당은 이미 망해서 지도 위에서 사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행객들은 마음의 여유가 평균 이상으로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무엇인가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호의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좋은 리뷰란 숙소나 식당에서 제공받은 서비스(침대나 음식)가 지불한 돈보다 큰 가치를 가졌다는 것이다.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기준이 나와 같을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리뷰는 나의 선택에 있어 결정적이다.
조지아 여행 카페의 게시판에 '카즈베기의 나쁜 숙소'란 글이 올라왔다. 리뷰가 좋아 3박이나 예약하고 갔는데 숙소 주인이 너무 돈을 밝힌 나머지 글쓴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는 경험담이었다. 심지어 두 밤만 자고 나와 버렸단다. 숙소 이름이 익숙하여 확인해 보니 내가 엊그제 3박이나 예약한 곳이었다. 아직은 무료 취소가 가능한 시기라 예약한 플랫폼에서 얼른 취소했다. 자본주의에 살지만 다른 사람이 돈에 눈이 멀어 행동하면 눈살이 지푸려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왜 그럴까?
내가 자본주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태어나 보니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된다. 심지어 슬픈 감정조차 위로금과 보상금으로 환산되는 곳이 자본주의다. 적은 비용을 들이고 그보다 큰 가치를 획득하면 이득이라 하여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돈을 밝히는 숙소 주인이 행복해지려면 거기서 머무는 내가 손해를 보아야 한다. 감정적 손해일지라도...
특급호텔 직원들은 친절하고 아주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한 친절과 세련됨은 호텔의 비싼 숙박비에서 나온다. 그러나 그들의 친절함과 세련됨이 돈 때문이란 것을 보이면 안 된다. 그렇게 보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천박하다고 욕할 것이다. 돈 때문이 아닌 친절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 때문이 아닌 관계를 갈망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