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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06. 2019

Golf in Georgia Europe

Tibilisi hills golf course

러시아와 터키 사이의 작은 나라 조지아는 코카서스 산맥과 면해 있다. 5000미터가 넘는 산들을 갖고 있어 여름에도 설산을 볼 수 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가벼운 트레킹을 하기 위해 왔다. 경치 좋은 곳에서 골프를 치면 그 경치를 평생 기억에 남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조지아의 골프장을 한국에서부터 검색했다.


인구가 500만이 안 되는 조지아에서 2017년 11월에 최초의 18홀 정규 골프장이 개장했단다. 대통령과 수상까지 개장식에 참석했단다. Tbilisi Hills golf club 은 트빌리시(조지아의 수도) 남쪽으로 10여 킬로 떨어진 언덕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골프장 주변에 주택단지를 분양하고 있는 중이다. 구글맵에는  아직 단지 내 도로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구글맵으로 골프장을 가려면 외곽으로 빙 돌아야 한다. 다행히 Yandex taxi map에는 단지 내 도로 표시가 있다. 골프장 가는 지름길은 영국대사관에서 시작된다.

조지아에서는 우버 대신에 Yandex.Taxi가 사용되고 있다. 아침식사를 하고 Yandex.Taxi를 호출했다. 16라리면  우리 돈으로 8000원이 안된다. Yandex.Taxi 앱은 운전자가 목적지를 모르고 호출에 응하는 것 같다. 승객을 태운 후에 운전자가 앱에서 목적지를 확인한다. 아마도 승차거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리라. 지름길을 놓치고 구글맵으로 빙 돌아서 골프장에 간신히 도착했다. 결국 골프장에 전화연결까지 했다. 투덜거리는 운전자를 달래느라 5라리(우리 돈 2000원)를 팁으로 더 줬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클럽하우스는 경치가 근사하다. 조지아의 평원이 누렇게 펼쳐져 있다. 아쉬운 것은 이 근사한 클럽하우스에서 식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아직 키친이 준비가 안됐단다. 맥주를 비롯한 술 밖에 없다.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먹을 것을 좀 챙겨야겠다. 프로샵에서 첵인하고 골프채와 전동카트를 빌렸다. 그린피 포함해서 395라리 우리 돈으로 17만원 정도다. 한국에서의 골프장 그린피에 비하면 보통이지만 조지아의 급여를 생각하면 클럽하우스 리셉션니스트 소피의 월급의 반은 될 것이다.

렌탈 클럽은 캘러웨이의 워버드다. 초중급자를 위한 치기 쉬운 클럽이다. 전동카트도 거의 새것이나 진배없다. 골프장 디렉터가 락커룸을 안내해준다. 나 같은 손님이 별로 없음을 느낄 수 있다. 18홀 정규 골프장의 락커룸 보관함이 겨우 23개다. 샤워부스는 딱 두 개!


스코어카드의 거리가 야드가 아니고 미터다. 챔피언티에 해당하는 Yellow tee가 6223미터라 5734미터인 실버 티를 선택했다. 화이트 티는 5188미터이고 그린티는 4575미터이다. 골프장의 가장 높은 곳에 클럽하우스와 스타트 티가 있다. 이 골프장에서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의 고도차가 150미터란다. 소위 풀카트를 끌기에는 무리다. 전동카트를 선택하기 천만다행이다. 경사가 장난 아니다. 그러나 코스 디자인을 잘해서 내려보고 치는 홀은 많은데 그린이 잘 안 보이는 올려보며 치는 홀은 거의 없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반 9홀을 보기플레이로 마쳤다. 조지아의 유일한 18홀 골프장에서 렌탈한 클럽으로 이 정도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캘러웨이 워버드 드라이버가 레귤러 플렉스에 13.5도였는데 미스샷이 없었다. 특히 기억나는 홀은 11번 파 3홀이다. 195미터를 드라이버로 날렸다. 그린 옆까지 갔다. 그리고 16번 홀 파 5는 440미터인데 티에서 멀리 해저드가 보인다. 경사가 심한데 해저드까지의 거리가 243미터라고 카트에 매달린 GPS가 알려준다. 티샷이 잘 맞았다. 해저드 직전에 멈춘 볼이 티에서 보인다. 아무리 내리막이지만 내 티샷이 240미터를 갔다는 얘기다. 페어웨이가 딱딱하고 바짝 말라서 엄청 굴러간다. 해저드 앞에서 친 세컨드샷도 거의 그린 초입까지 갔다. 이글을 놓치고 파로 만족했다. 오늘 왜 이렇게 잘 맞는지 모르겠다. 앞이고 뒤에 골프 치는 사람이 없다. 멀리 다른 홀에서 이동하는 카트가 보이기는 하지만 금요일 낮에 정말 사람이 없다. 그리고 골프장에 해저드는 있지만 워터해저드는 없다. 공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참 신기한 날이다.

후반 다섯 홀 정도는 근처의 수도원을 보며 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산 정상의 수도원을 보면 괜히 마음이 경건해진다. 아마도 내가 크리스천이었기 때문이리라. 18번 마지막 374미터 파 4에서 잘 친 드라이버와 잘 맞은 유틸리티가 내 볼을 그린 에지까지 보냈다. 퍼터로 에지에서 굴린 볼이 깃대를 맞으며 홀로 들어가 심지어 버디를 했다. 이 즐거움을 함께 할 동반자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며 혼자 소리쳤다. “Nice Birdie “ 마지막 홀을 버디로 끝내며 스코어 87을 기록했다. 이즈음은 90을 안 넘기면 기분이 좋다. 한국 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설렘과 애매모호함 속에서 첫 라운드를 하지만 두 번째는 익숙함 속에서 여유로운 라운드를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카트와 클럽을 프로샵에 반납하는데 프런트의 소피가 택시 필요하냐고 묻는다. 아직은 아니라고 일단 샤워하고 맥주도 마시고 요청하겠다고 미뤘다. 작은 락커룸에 나보다 먼저 끝낸 두 명의 Georgian 골퍼가 샤워를 시작하려 한다. 홀딱 벗은 젊은 White Caucasian의 물건이 장난 아니다. 딱 두 개의 샤워부스를 셋이서 번갈아 사용하고 옷을 챙기며 잘 생긴 친구에게 물었다. 시내까지 라이드 줄 수 있냐고? 이 친구는 영어를 전혀 못 알아듣는다. 먼저 샤워를 끝낸 친구가 알아듣고 통역을 한다. 그러면서 해줄 수 있단다. 조지아에선 히치하이킹이 일상화되어 있단 얘기를 어디선가 읽었다. 둘이 나가면서 묻는다.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냐고. 5분이면 충분하다 했더니 주차장에서 기다려 주겠단다. 헐레벌떡 짐 정리하여 주차장에 오니 영어가 되던 친구가 영어가 일도 안되던 친구를 가리키며 저 친구 차를 타란다. 둘이 차를 각각 갖고 온 것이다. 까만 포르셰 카이엔이다. 히치하이킹을 포르셰를 하다니... 난 참 복이 많다. 할렐루야!

조수석 바닥 매트에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15000킬로 뛴 신형 카이엔이다. 올 때와는 다른 지름길로 엄청 달린다. 포르셰 답게. 경사가 심하고 포장은 콘크리트라 비가 오면 엄청 미끄럽겠단 생각을 했다. 중간중간에 타이어 슬립 마크가 여러 곳이다. 도심으로 들어오자 이제는 길이 눈에 익는다. Mother of Georgia동상을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정말 고마운데 여기 내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영어를 일도 못 알아듣던 친구지만 내려달란 소리는 알아듣는다. “Thank you so much!”

혼자 카트 타고 페어웨이 진입도 자유로운 골프장에서 즐기는데 시간도 얼마 안 걸렸다. 오늘 날씨도 무덥진 않았고 수도원을 보며 여러 번 할렐루야를 외친 뿌듯하고 완벽한 하루였다.


P.S. 지금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음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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