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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an 07. 2020

발리 1

리조트 수영장에서 제국의 모습을 본다

발리는 면적이 제주도의 딱 세 배 크기이다. 인구는 400만(아무도 정확히는 모름)이 넘는다는데 관광객들이 많아서인지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다.

덴파사 공항에 내려 가까운 Kuta beach 근처에서 3박 했다. 서핑이 유명한 Kuta beach 인근은 엄청 복잡하다. 해안도로는 종일 차들로 메워져 있고, 술집, 음식점, 기념품 가게, 마사지샵 등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주로 호주 관광객이라는 백인들도 많고 중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Kuta beach의 일몰이 유명한데 첫날은 바람이 엄청 불어 바닷가 근처에도 나가지 못했고, 다음 날은 구름이 많이 끼어 구름 사이로 붉고 노란 여명을 보았다. 일몰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새롭다. 그리고 아름답다 못해 우아하다.

좁은 도로에는 자동차보다 많은 스쿠터와 오토바이들이 자동차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스쿠터 렌트를 내가 묵은 숙소에서도 해주고, 길에서도 여기저기 렌트해주는 곳이 많다. 그러나 도로가 너무 복잡해서 감히 타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Kuta 지역에서 23킬로나 떨어진 Uluwatu temple을 가기 위해 Grab bike를 불렀다. 보통의 스쿠터 뒷자리에 올라타고 45분을 갔는데 요금이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다. 보통은 왕복 2차선 도로이고 어쩌다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렸다. 헬멧을 쓰고는 있지만 스쿠터 뒷자리에서 떨어지거나 스쿠터가 넘어지면 사망할 수도 있겠다 싶다. 잔뜩 긴장될 수밖에 없다. 사원의 입구가 보이자 더 이상은 갈 수 없다며 내리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Uluwatu 지역은 Grab drop 은 되지만 pickup 은 안 되는 지역이란다. 지구촌 곳곳에서 Uber 나 Grab 같은 서비스의 저항이 심각함을 느낀다.

오늘 우붓(Ubud) 지역으로 이동했다. 배낭도 두 개나 있어 Grab car를 불렀다. 35킬로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은데 도로 사정도 좋지 않고 차들도 많아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우붓 지역은 발리섬에서 가장 높은 아궁산의 제일 끝자락이다. 계속 완만한 오르막길을 한참을 왔다. 고도가 높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기온도 낮은 것 같다. 날씨를 확인하니 밤 기온이 24도다. 덴파사보다 2도가 낮다. 한결 여유가 생긴다.

Taman Harum Cottages 란 리조트를 3박 예약했는데 하루에 30불이 안된다. 모기장이 쳐진 큰 침대가 있는 스위트룸이다. 지금이 비수기인 것 같다. 발리는. 점심을 먹고 수영장 선베드에 누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었다. 두 번째 정독 중인데 마침 제국의 팽창 부분이다.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그 작은 네덜란드가 몇 세기 동안 이 곳 일대를 지배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수영장 선베드에는 일곱 명의 백인 남녀와 내가 누워 있다. 음식을 나르고 pool towel을 갖다 주고 수영장 부근을 청소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자리에 나만 없다면 제국의 백인들이 식민지의 리조트에서 대접받고 있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제국은 예전에는 총칼로 인도네시아를 지배했지만 지금은 돈을 무기 삼아 침략해 온 것이 아닐까?  

제국은 로마, 페르시아 및 중국도 있었지만 대항해 시대 이후의 유럽제국은 달랐다. 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태평양의 호주 대륙과 뉴질랜드까지 식민지로 만든 것에는 자본의 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콜럼버스도 투자자를 모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식민지를 만들었다. 유럽의 자본이 결국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는데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근대의 유럽제국의 식민지배가 지금 미국과 서유럽을 가장 부유한 나라로 만들었고 한국인인 나와 인도네시아 식당 웨이트리스와의 대화가 영어로 이루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발리의 리조트 수영장 선베드에서 예전 제국의 모습을 본다.

Sunset at Kuta beach


View from Uluwatu temple
Taman Harum Cot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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