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천국이다.
우붓에 왔다. 발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기에.
Sacred Monkey Forest Sanctuary라고 자연 상태의 원숭이 공원에 왔다. 오늘은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우붓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을 온 것이다. 원숭이들이 거의 가축 상태로 살고, 고구마와 옥수수가 무한 제공되고 있다. 역시 이런 곳은 아이들 데리고 와야 의미가 있다. 아이들의 환호와 경이로움을 보며 부모들도 오길 잘했구나 하는 곳이다. 나처럼 환갑 지나 혼자 이런 곳에 오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 숙소에서 5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데 리조트에서 무료 셔틀을 운영하고 있다. 우붓 다운타운의 Coco supermarket에 내려준다. 주차장이 있어 픽업도 여기란다.
제법 넓은 공원 안에 수많은 원숭이들이 전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서로 장난치는 원숭이, 갑자기 암컷 뒤에서 섹스하는 원숭이, 누워 있는 원숭이 털을 골라주는 다정한 원숭이들이 관광객들을 즐겁게 한다. 관광가이드들이 단체나 커플을 안내하고 있다. 중국인, 한국인도 있지만 러시아 단체 관광객들도 많다. 러시아도 이제 많이 살만한가 보다. 여기 발리에서도 ‘하라쇼’ ‘스빠시바’가 자주 들리는 것을 보면.
더운데 이 무슨 개고생인가 하면서 공원 안을 둘러보다가 완전한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원숭이 커플을 보았다. 신기하여 가까이 가니 설명문이 붙어 있다. 장님인 수놈 Nelson과 사고로 한 팔과 한 다리를 잃은 암놈 Tumsist란다. 둘 다 자연 상태에서 살 수 없기에 공원 측에서 따로 보호하는 것이다. Nelson은 blind adult male이고 Tumsist는 old and wise female이라고 설명이 있다. 원숭이들은 그룹을 지어 생활하는데 둘은 그룹이 다르단다. 그래서 공원 측은 걱정했는데 둘이 서로 잘 지낸단다. 심지어 가끔 둘이 섹스도 한단다.
둘은 꼭 붙어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미 죽었을 둘이서 서로 꼭 붙어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장님인 Nelson은 눈 감고 조는 듯 앉아 있고 한 팔과 한 다리가 없는 Tumsist가 Nelson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저렇게 계속 보호받으며 철창에 갇혀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둘이 가끔 섹스한다니 의미가 있겠다 싶기도 하다.
우붓 마켓이니 우붓 왕궁이니 다 그냥 지나쳤다.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운데 무슨 관광을. 점심을 먹기 위해 에어컨 있는 음식점을 열심히 찾았지만 없다. 음식점들은 모두 오픈된 상태이고 옷가게와 기념품 가게만이 에어컨을 틀고 있다. 전혀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이 내 여행 스타일이라 결국 에어컨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와이파이 되고 에어컨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다. 천국이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오늘 또 느꼈다. 천국가게 해달라고 기도할 필요 없다. 스타벅스만 찾으면 된다.
발리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라 그런지 사람들도 많다. Taxi Service 란 팻말을 들고 호객하는 운전기사를 수도 없이 마주친다. 저렇게 하며 하루에 몇 명이나 태울까 싶다. 우붓 다운타운도 Grab이 불법이다. 대세를 사람들이 거스를 수 있을까 싶다. 이 더운 지옥에서 픽업해 달라고 리조트에 전화했다. 20분 뒤에 픽업해 준단다. 20분만 버티면 된다. 시원한 슈퍼마켓 들어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