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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24. 2020

쿠바에서의 렌터카

위태위태한 렌터카로 7일 동안 1500킬로를 달리다.



쿠바의 핵심은 8박 동안 세미 투어와 함께 했다. 파란 하늘과 연녹색의 바다는 많은 작품 사진을 남겼다.

세미 투어 이후 할아버지 세 명의 일주일 추가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한국에서 예약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Avis나 Hertz가 쿠바에는 없다. 쿠바에만 있는 렌터카 회사들이 대여섯 개 정도 있는 것 같다. 그중에 Havanautos란 회사의 예약사이트에서 쁘조 301을 일주일 예약했다. 홈페이지의 촌스러움이 과연 제대로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지만 Unlimited milage에 보험 포함하여 하루에 100불 정도였다. 특이한 점은 예약 시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영수증을 출력하여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등을 기입하고 사인을 하여 이메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약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와 자동차를 관리하는 회사가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예약사이트에서 바우처를 꼭 프린트하여 렌터카 인도 시 사무실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은 예약번호만 있으면 되는데 쿠바의 인터넷 사정이 워낙 열악하여 사무실에서 조차 실시간 온라인 확인이 안 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예약한 서류만을 한국에서 출력하고 쿠바에 도착하였는데 내가 바우처를 출력하지 않았다고 매일 이메일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였다. 바우처가 없으면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고 그런 경우 돈도 환불되지 않는다고... 쿠바에 도착하여 세미 투어를 하는 8박 중에 계속 협박 이메일은 오는데, 쿠바에서 인터넷이 되고 프린터가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를 보기는 무척 어렵다. 간신히 바라데로의 All-inclusive 리조트에서 천신만고 끝에 바우처를 인쇄하였다.

쿠바 렌터카의 특징 중의 하나가 연료문제다. 일반적으로 렌터카는 연료탱크를 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받고, 가득 채워 반납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쿠바는 그 반대다. 차를 인도받을 때 탱크의 연료에 대한 돈을 지불하고 반납할 때 탱크의 남은 연료에 대한 가치는 돌려받을 수 없다. 따라서 빈 탱크로 반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쿠바의 휘발유는 크게 Regular와 Special이 있다. 렌터카들은 Special을 주유해야 한다. Special이 우리나라의 보통휘발유에 해당한다. 휘발유 가격은 Regular가 0.9, Special이 1.2 CUC(미국 달러와 거의 1:1)이다.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는 어디서나 이 가격이 동일하다. 쿠바는 가까운 베네수엘라에서 연료를 아주 싸게 공급받았으나 이즈음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엉망이 된 이후 항상 연료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아바나의 주유소들은 항상 연료를 주유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때론 주유소에 연료가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다. 따라서 주유소만 보면 가능한 한 연료탱크를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는 Regular만 있고 아예 Special 연료를 취급하지 않는 주유소도 있다. 쿠바의 중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의 주유소들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아바나의 Comodoro hotel 주차장에서 쁘조 301을 인도받기 위해 사무실에서 30분을 기다린 끝에 무척 키가 큰 흑인이 오더니 짐을 트렁크에 다 싣고 차에 타란다. 5킬로 정도 떨어진 Marina Hemingway로 데려가더니 그곳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자동차 외관의 상처들을 표시하고(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외관을 삥 둘러 비디오 촬영을 했다.) 추가 운전자 등록은 하루에 3 쿡씩 21 쿡과 연료탱크에 남아 있는 연료에 대한 28 쿡을 지불하고 드디어 차를 인도받았다. 보통은 신용카드로 Deposit을 요구하는데 쿠바에서는 현금으로 200 쿡을 요구한다. 사무실에 신용카드를 승인받을 기계조차 없기 때문에 현금으로 줄 수밖에 없었다. 48,000킬로 뛴 쁘조의 내부 청소상태는 큰 쓰레기만 건져낸 상태였다. 타이어도 거의 수명이 다한 듯했으나 브랜드가 콘티넨탈이라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이틀 뒤 타이어는 문제를 일으켰다.

차를 인도받고 180킬로 정도 떨어진 비날레스까지 갈 생각이라 반쯤 채워진 연료로도 충분하나, 쿠바의 연료 사정이 워낙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일단 근처 주유소에서 탱크를 채웠다.


그렇게 우리의 렌터카 여행은 시작되었다.

쿠바의 고속도로는 그나마 포장상태가 양호하다. 그러나 가끔 나타나는 Pot hole 때문에 운전하는 사람은 눈 앞의 도로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다행이라면 고속도로에 차가 매우 드물다는 것이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100킬로이지만 도로 상태와 차량의 타이어 상태가 마음에 걸려 마음껏 달릴 수는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속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이지만 쿠바는 아니다. 마차가 달리기도 하고 고속도로에서 유턴하는 차량도 심심치 않게 있으며 근처 마을로 들어가는 인터체인지 부근에서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차를 얻어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인터체인지 가까이 오면 제한속도가 80, 60으로 떨어진다. 손에 돈을 들고 차를 얻어 타려는 사람들도 많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애엄마도 있지만 우리 차는 이미 성인 세명에 트렁크에 짐도 한가득이라 쿠바 사람을 태우기는 쉽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 지방의 특산품을 팔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양파, 마늘을 비롯하여 치즈나 꿀도 있었다.

쿠바의 렌터카는 번호판에 영문자 T가 있다. 흰색의 현대 i10(인도에서 생산되는 모델)과 우리가 빌린 쁘조 301이 제일 많다. 가끔 현대 투산이나 벤츠 GLA가 보인다. 내비게이션은 구글맵이 아닌 Maps.me를 사용했다. 오프라인에서는 Maps.me가 구글맵보다 낫다. 쿠바 지도를 미리 한국에서 다운로드하여 사용했다. 처음 사용이었지만 금세 익숙해져서 길 찾기는 문제가 없었다.

석회암 지대인 비날레스에서 두 밤을 자고 이동을 하려는데 렌터카 앞바퀴가 좀 주저앉은 것 같았다. 비날레스에 하나밖에 없는 주유소 옆에 소위 카센터가 있다. 앞바퀴 하나는 옆면이 부풀어 있고, 다른 하나는 새는 구멍이 셋이나 있다. 트렁크의 스페어타이어는 트레드 면에 칼자국 같이 깊고 큰 상처가 있다. 세 군데나 수선한 타이어를 물통에 넣어 확인하니 옆면에서도 작은 구멍이 두 개나 추가로 발견되었다. 옆면(sidewall)의 구멍은 수리할 수 없다. 결국 정비공은 그제야 두 손을 들었다. 렌터카 회사에 전화하라고... 24시간 Road Assistance 번호로 전화하니 영어 못한단다. 스페인어 밖에... 그러면서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 어렵게 전화해서 비날레스의 렌터카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렌터카 사무실의 직원은 근처의 리조트로 우리를 인도하더니 리조트 주차장에 서 있던 렌터카의 바퀴와 우리 렌터카의 바퀴를 교환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쿠바라 가능한 일이다. 앞바퀴 두 개와 스페어타이어까지 교환했다. 교환된 타이어들 역시 그 수명이 다해 보였지만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황금 같은 4시간을 날려 보냈다.

비날레스에서 25킬로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Puerto Esperenza가 있다. 우리말로 희망의 항구라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불안한 타이어로 비포장에 가까운(포장되었던 적은 있으나 포장이 너무 망가져서 비포장 흙길보다 나쁘다) 길을 달려(?) Puerto Esperenza에 도착했다. 랍스터 정식(10 쿡)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산길을 넘어 넘어 온천지대라는 곳의  Hotel Mirador de San Diego에서 하루 밤을 잤다. 그다음 날은 Soroa cascade waterfall을 거쳐 쿠바 중부의 Santa Clara를 지나 Caibarien까지 이동했다. 480킬로나 되는 먼 거리였으나 아침에 서두른 덕에 어둡기 전에 도착했다. 쿠바에서는 깜깜해진 뒤에는 운전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로등도 별로 없고 도로의 Pot hole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까지 온 이유는 Santa Maria 섬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일행 중의 한 분이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려 60킬로에 이르는 길이 산타마리아 섬 끝까지 이어진다. 플로리다의 키웨스트처럼... 산타 마리아는 쿠바의 바라데로처럼 여러 곳의 All-inclusive 리조트들이 영업 중이고 건설도 한창 진행 중인 곳이다. 골프장도 계획되어 있고 작은 공항은 이미 건설되어 운영 중이다. 리조트의 day pass는 100불, 하루 숙박은 400불이란다. 하얀 모래사장과 연녹색의 바다가 펼쳐진 그림 같은 곳이다.

젊음의 도시라는 Santa Clara에서 2 박을 하고 아바나에서 1박을 하고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주차장 렌터카 사무실에 차를 반납하는데 연료는 1/8쯤 남았다. 그리고 Pickup과 Drop이 다르다고 25 쿡을 공제한 175 쿡을 돌려받았다. 이 돈은 공항 출발층에서 항공사 첵인 후에 유로로 환전하였다. 위태위태한 렌터카를 반납하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놓일 수 없다.


불안 불안해하면서도 7일 동안 1500킬로나 달렸다. 렌터카 없이는 가 볼 수 없는 Puerto Esperenza를 비롯한 쿠바의 속살을 지겹도록 들여다보았다. 하루 밤에 400불이라는 리조트의 바다와 사탕수수 밭만 끝없이 펼쳐진 깡촌의 모습이 함께 가슴에 남았다.


다음은 쿠바 탈출기!!



 

비날레스
담배농장
타이어 교환중
Puerto Esperenza
고속도로 휴게소
산타마리아 가는 길
All inclusive resort 로비에서
산타마리아
허쉬 공장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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