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 효과
Prius는 도요타의 친환경 자동차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이다.
1997년에 출시되어 아직도 팔리고 있으니 이미 자동차의 역사가 되었다. 프리우스는 시판 11년 만인 2008년 누적 판매 1백만 대를 기록한 후, 2013년 300만 대의 누적 판매를 기록했다. 2020년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 1500만 대 달성을 프리우스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우스의 디자인은 독특하다.
자동차의 디자인 대세와는 맞지 않는 모습을 처음부터 갖고 있었고 신형 프리우스들도 초기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결코 갖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실용적인 트렁크 공간을 갖고 있으나 왠지 낯선 사이드 라인은 아름답다거나 우아하다거나 스마트하다는 느낌이 절대로 들지 않는다. 저런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그렇게 오래 동안 살 수 있었을까?
성공한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초가 프리우스인 것은 맞다. 그러나 독특한 외형을 갖고 있는 프리우스가 뒤에 나온 혼다나 현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큰 인기를 누린 비결은 무엇일까?
자동차는 운전자의 많은 것을 보여준다.
계급사회에서 신분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것이 옷이라고 하는데, 계급이 철폐된 자유민주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을 정의하는데 패션뿐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다. 프리우스를 탄다는 것은 지구환경과 같은 범접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단순히 연비가 좋아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나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야."라고 보일 수 있다. 어설픈 모습이지만 그래서 눈에 더 잘 띄는 프리우스가 많이 팔렸단다. 이것을 프리우스 효과라고 한다. 최초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갖는 선점효과다.
테슬라의 모델 S 역시 비슷하다. 1억 원이 넘는 최초의 양산형 전기 스포츠카는 능력 있는 얼리어댑터임을 과시할 수 있기에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서유럽에서 예상하지 못한 큰 인기를 끌었다. 이것은 테슬라 효과라고 해야 하나? (테슬라 효과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게임 체인저인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함으로써 배터리 게임 체인저로 인식되는 효과를 의미)
한국에서 성공했다면 벤츠를 타야 한다.
벤츠는 오랜 역사와 함께 확실한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잘 달리고 안전할 뿐 아니라 아무나 쉽게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소형차도 판매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벤츠는 7000만 원대의 중형 E 클래스다. 대형 S 클래스는 기사가 운전하고 뒷자리에 앉아야 어울리는 차다 보니 그보다 한 급 아래인 E 클래스가 한국에서 성공한 자가운전자를 위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동차는 운전자를 정의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벤츠가 이렇게 많이 굴러 다닐 수 없다.
신분을 드러내고 싶은 사회에서는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가 유행처럼 이루어진다. 명품가방 역시 과시적 소비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품목이고 강남에 있는 아파트와 평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과시적 소비 성향은 사피엔스의 DNA에 천성적으로 각인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사람이 대도시에 무리 지어 살게 되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무리를 이루면서 이웃과의 우세 경쟁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자동차도 혹시 과시적 소비의 결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