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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Oct 09. 2020

불편한 진실 3

대학을 다니는 이유





대학에선 학기초에 학생 정기상담이란 것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올 해에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지만...


대학평가에 학생상담 회수가 들어가는지 한 동안 상담하라고 야단이다. 심지어 학생상담을 채우지 못하면 교수업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단다. 매 학기 지도교수 상담을 최소한 1회 이상 해야 한다. 학생이 내 연구실에 들어와 앉으면 나는 일단 컴퓨터의 종합정보시스템을 연다. 학생부를 열어보고 주소지부터 확인한다. 그리고 주소지에 거주하는지 아니면 기숙사나 학교 근처 원룸에 거주하는지를 묻는다. 주소지가 학교에서 먼 경우 통학에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 묻는다. 한 시간 반내지 두 시간의 통학거리에 사는 학생들이 제법 많고 이런 학생들을 보면 무척 안쓰럽다. 그렇게 멀리서 통학하는 고생을 하면서 다닐 만큼 대학이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직주근접


직주근접이란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것을 의미하는 부동산 용어다. 거리는 멀어도 도로와 지하철의 발달로 출퇴근 시간이 짧아질 수 있는 곳이 직주근접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통학이나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30분 이내가 적합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인생이란 주어진 시간이고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냐를 끊임없이 선택하며 보내는 것이 인생이다. 학교나 직장은 거의 매일 왕복해야 한다. 학생은 공부가 일이다. 성인은 직장에서 일이란 노동을 한다. 왕족이나 귀족이 아닌 이상 공부나 노동을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것을 하기 위해 귀중한 인생의 서너 시간을 출퇴근이나 통학에 소모한다면 슬픈 일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이나 이사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집을 옮기든지 학교나 직장을 옮겨야 한다.  대학을 선택하거나 직장을 선택할 수 있다면 집에서 가까워야 한다. 선택할 수 없다면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코로나 이후 학교와 직장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온라인 강의가 대세가 되었고 재택근무를 많은 사람이 경험했다.


원래 작업도구라고는 컴퓨터만 필요하던 IT기업들은 재택근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드웨어를 파는 다국적 기업들의 한국지사들도 재택근무에 별 문제가 없단다. 괜히 넓은 사무실만 임대하고 있었단다. 결국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업이 문제다. 그러나 점점 한국에서 제조업 근로자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인건비가 싼 개발도상국으로 공장 이전도 하지만 로봇을 이용한 공장자동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장은 존재할 테지만 그러한 직장의 근로자는 계속 줄어든다.


대학생들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좋단다. 정해진 시각에 컴퓨터 카메라 앞에 앉아야 하는 실시간 화상강의도 싫단다. 아무 때나 틀어 놓기만 해도 출석이 인정되는 동영상 강의가 좋단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온라인 시험을 선호한다. 알아서 학점 달란다. 대부분 절대평가니 교수들도 올 해는 이전에 비해 학점이 후하다. 휴학 중이던 학생이 이번 가을학기에 등록한 이유를 물으니 학점관리를 위해서란다. 이렇게 학점 후하게 줄 때 등록하여 A 학점 많이 받아둬야겠단다.


대학을 다니는 이유가 졸업장 때문이라면 점점 다닐 이유가 없어진다. 대기업들의 대규모 공채는 폐지되고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이 대세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기본으로 하는 채용 방식 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대학 졸업장이나 성적증명서 제출 없는 블라인드 채용과 자기소개서 스크린과 면접에 AI를 이용하는 채용이 늘고 있다. AI가 지원자의 직무적합도를 판단하고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가치도 함께...

인생이란 살아 내는 것이란 것을 실감하는 휴일 오후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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