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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r 01. 2021

아버지가 꼭 해야 하는 것

자유 독립 만세

이즈음 학대받다 숨진 아이들의 뉴스가 자주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다 못해 분노하게 한다. 의붓아버지나 계모에게 학대받는 것은 옛날부터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학대받으면서도 굿굿하게 버텨내고 성장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런 이야기의 뒷면에는 학대받아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거나 심지어 노예로 팔려 나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인생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의붓아버지나 계모의 학대가 아니라 친부 친모로부터 학대받거나 방치되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뉴스도 많다. 아버지가 되고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러나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어쩌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동물의 본능이 생존과 번식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협받으면 번식과 양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동물의 왕국'에서 많이 보아왔다. 우리가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데, 문명사회에서 그것도 선진국이라는 OECD 국가에 살면서 학대받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2년 전에 할아버지가 되었고 33년 전에 아버지가 되었다.


어쩌다 아버지가 되고 어쩌다 할아버지가 되었다. 마음 아픈 뉴스를 접하면서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아버지가 꼭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첫 번째는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세발자전거를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두 발 자전거를 타는 나이가 된다. 그 나이 때 아이에게 아버지는 전지전능한 신이다. 가장 힘세고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다. 처음 두 발 자전거의 페달에 작은 발을 올려놓은 아이의 두려움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져서 깨지고 아픈 것이다. 전지전능한 아버지가 자전거 뒤를 잡고 아이의 머리 바로 뒤에서 "걱정하지 마 아빠가 꽉 잡고 있으니까."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안심하고 페달을 힘껏 밟는다. 이렇게 첫 번째 관문인 두 발 자전거 타기를 통과하며 아이는 달리는 즐거움을 평생 갖는다. 아버지는 안전하게 자전거 타는 요령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도로의 온갖 장애물을 피하고 안전하게 달리는 방법 말이다.


두 번째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물은 원래 무서운 것이다. 도로가 위험하듯이 물도 위험하다. 물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수영하는 법은 아버지보다 수영 강사한테 배우면 된다. 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어릴 때 전지전능한 아버지가 아이의 발이 닿지 않는 수영장에서 자주 놀아주면 된다. 각종 물놀이 기구와 구명재킷을 이용하여 물놀이의 재미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생존수영이란 낯선 용어가 들리고,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생존수영이 포함되어 결국은 전 국민이 생존을 위한 수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본 적 있다. 솔직히 난 지금도 물을 무서워한다. 30대에 수영 강습을 6개월 이상 받아 그 어려운 접영도 자세를 잡을 줄 알지만 발이 바닥에 닿는 수영장 아닌 바다나 큰 강에 뛰어들어가지 못한다. 물이 겁난다. 어릴 때 물살이 빠른 계곡을 건너다 실족하여 허우적거렸던 트라우마 때문이다.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물을 아직도 엄청 겁나 한다.


세 번째는 운전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운전면허야 당연히 학원에서 수강료 내고 취득한다. 도로연수도 전문가에게 부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혼자 아버지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갈 때 갖는 두려움을 아버지가 없애줘야 한다. 두 발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던 전지전능했던 아버지만이 두려움을 이기고 운전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줄 수 있다. 아들의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군대 가기 직전에 제주도에서 렌터카 운전하다 사고로 영영 가버렸다.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를 상상할 수 있다. 내가 있는 대학교에서도 4학년 남학생 네 명이 여름 방학에 제주도에서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했던 기억도 있다. 전 국민의 63% 정도가 운전면허를 갖고 있다. 유아와 학생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민이 면허가 있다.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 남자의 비율이 58%인 것을 보면 운전을 한다는 것에 남녀 구별도 거의 없어졌다. 누구나 운전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방어운전을 포함한 안전한 운전 방법을 아버지가 가르쳐줘야 한다.


마지막은 독립이다. 독립이란 단어가 무척 낯설게 다가온다. 홀로 서기. 누구나 태어나서 돌 즈음에 아무것도 잡지 않고 두 발로 홀로 선다. 바닥을 딛고 혼자 서는 것이 아니라 이 험하고 힘든 세상을 아버지의 도움 없이 그리고 아버지의 간섭 없이 살아가는 것이 독립이다. 독립을 해야 자유도 얻는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자유 독립 만세!!"를 102년 전 오늘 삼일절 그렇게 외쳐댔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젊고, 너무 건강하고, 너무 힘센 아버지들은 독립할 나이가 지나버린 자식들의 홀로서기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랑이란 거룩한 이름으로 또는 선의를 갖고 하는 말들은 잔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모든 인생은 아버지들의 인생처럼 각자의 길을 따라 각자의 능력과 각자의 운명만큼 간다. 자식의 인생을 평생 돌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들은 한소리 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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