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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27. 2021

알립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만 94세를 5개월여 채우지 못하시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열흘 이상 미열이 계속되어 119 구급차 타고  응급실을 거쳐 지난 4월 16일  분당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아무리 고농도 산소를 공급해도 산소포화도가 오르지 않더니 결국 입원 열하루 만에 폐렴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무런 통증 없이 가셔서 다행입니다. 의식은 임종 전날까지도 있으셨지만 산소공급 기구를 코에 쓰고 하시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연명치료는 안 하겠다는 사전 연명치료 의향서를 몇 년 전에 저와 함께 등록해 두었기에 중환자실로 옮겨 기도삽관이나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았습니다. 임종은 가쁜 숨만 몰아 쉬다가  강한 진통제 투여받고 편안하게 가셨습니다.


아버지는 평양 인근 미림에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렵게 공부하시고 사변 통에 월남하시어 가정을 꾸리셨습니다. 저와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을 낳으신 어머니는 제가 중2 때 신부전으로 돌아가시고 오늘은 아버지가 가셨습니다.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 지붕 방수공사 중이라 빈소를 삼성 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했습니다. 가족들만의 작은 장례식을 치를까 합니다. 장지는 아버지 당신이 오래전에 마련해두신 천안공원묘원입니다. 가족납골묘를 위한 석물 설치를 며칠 전에 제가 계약했습니다. 이렇게 황망하게 가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가족묘 완성이 한 달 정도 걸린다 하여 아버지를 제가 집에서 한동안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 못했던 긴 대화를 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 다음은 제 차례란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가 가시는 것을 보니 차근차근 제대로 준비해야겠단 마음이 듭니다.


2021년 4월 27일

윤재건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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