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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May 18. 2021

인생을 조망할 타이밍

스마트폰만을 보고 있어야 하는 지하철이 싫어 이즈음 자주 버스를 이용한다. 노선을 잘 몰라도 네이버맵을 켜면 많은 버스 노선을 알려 준다. 학생 시절 수도 없이 타던 버스들의 노선과 번호가 다 변경되었다. 84번, 8번, 150번 버스를 참 많이 탔었는데...


버스를 타면 비어 있는 노약자석을 지나쳐 버스의 제일 뒷자리로 간다. 승차감은 나쁘지만 높아서 전망이 좋다.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거리들의 변화를 살피며, 옆 차선의 승용차들을 내려보는 맛이 괜찮다. 그리고 엄청 늘어난 버스 전용차로를 즐기며 버스가 달리고 내 인생도 함께 달려 나간다.


세단보단 SUV가 운전하기 편한 이유는 시야가 높기 때문이다. 앞에 있는 세단 여러 대 앞도 보인다. 그러나 이즈음 SUV가 너무 많아져서 높은 시야가 의미가 없다. 세단을 운전하는 것이 피곤하고 짜증 나는 이유는 많아진 SUV가 앞을 가리기 때문이다. 너무 많아 피할 재주가 없다.


새로운 도시를 여행 가면 제일 먼저 하는 관광이  도시가  보이는 전망대나 전망타워에 올라가는 것이다. 도시 전체를 조망하며 도시의 크기, 번잡함 그리고 분위기를 가늠한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과 도시를 가로 질러 흐르는 강을 보면서 석양을 올려다볼  있다면 그보다 좋을  없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들이 정말 흔해졌다.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들을 보다 보면 새의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영상들이 차고도 넘친다. 큰 평면 TV로 즐기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인생이 흐르고 있음을 잊기 십상이다. 다음 여행 목적지를 찾기 위해 구글맵을 연다. 구글맵에 올라 있는 이곳저곳의 사진과 동영상을 책상 위 모니터를 통해서 본다. 때로는 로드뷰를 통하여 가본 곳의 기억을 더듬는 시간도 더 좋을 수 없다.


건물을 지으려면 설계도의 완성과 함께 조감도가 완성된다.

 

조감도는 새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본 이미지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조감도는 일반적으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시점에서 그린 이미지를 모두 포괄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위에서 아래를 수직으로 내려다보거나, 사람의 키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시점(overhead view) 등과 구분하여, '비스듬한' 각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모양을 그린 그림만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세시대 이전부터 이러한 시점의 이미지가 표현되었으며, 하늘을 날지 못하던 시절 공중에서 세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았다.  조감도 [Bird's-eye view, 鳥瞰圖] (두산백과)


인생도 이렇게 조망하면서 살 순 없을까?

내 인생의 조감도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환갑이나 정년퇴직이 인생을 조망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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