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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pr 10. 2022

수면 무호흡증

양압기 사용기

수면 무호흡증이란 말 그대로 자는 중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다.


예전부터 코골이가 심했다. 학과 MT나 교회 수련회 등에서 나와 한방에 자고 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내 코골이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아내도 도저히 한 침대에서는 같이 못 자겠다고 각 방을 사용한지는 한참 됐다. 배낭여행 파트너였던 친구는 나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면 항상 귀마개부터 챙겼다. 심한 코골이는 대부분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한다고 한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다면, 치료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수면 무호흡증이 많은 합병증을 야기한다는 것을 어디서 읽었다. 무호흡은 두뇌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다.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치매를 빨리 불러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건강수명은 건강한 인간으로 사는 기간이다. 사고나 질병이 건강수명을 단축한다. 사고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항상 조심한다. 질병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척추와 무릎관절의 노화에 따른 육체적인 것과 파킨슨병이나 치매 같은 정신적인 것이다. 육체의 문제는 꾸준한 운동과 바른 자세 등으로 늦출 수 있다. 치매와 같은 정신의 문제도 관리가 필요하다. 부단히 읽고 쓰는 것처럼 두뇌를 항상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수면 무호흡증 같이 두뇌에 충분한 산소가 매일 밤 공급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치매가 빨리 올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수면다원검사란 것을 했다.


수면다원검사란 수면의 구조와 효율, 수면 중 발생한 사건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검사다. 수면무호흡증, 기면병, 과다수면증, 렘수면 행동장애 등 수면 중 이상행동 질환, 하지불안증후군, 주기적 사지운동증, 만성적 불면증 혹은 노인 불면증 등의 질환을 평가, 진단하는데 필요한 검사다. 잠을 자는 동안 뇌파, 안구 운동, 근육의 움직임, 입과 코를 통한 호흡, 코골이, 흉부와 복부의 호흡운동, 동맥혈 내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며, 동시에 수면 중 환자의 행동을 비디오로 기록한다. 여러 가지 센서를 머리와 몸에 부착하고 하루 밤 동안 자면서 시행한다.


 시간에 10 이상의 무호흡이 5 이상 발생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예상대로 수면 무호흡증 진단이 나왔다. 산소포화도가 무려 82%까지 떨어지기도 한단다. 산소포화도는 95% 이상이 정상이다. 수면다원검사 전에 CT 찍었는데 기도의  목부 직경이 7m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다. 보통 남자는 10mm, 여자는 8mm란다. 그리고 나처럼 항상 똑바로 누워 자면 하부 인두부가 기도의  목부를 눌러 그마저도  좁아진단다.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는 양압기 착용이다. 의사는 내게 양압기 착용을 추천했다. 양압기란  주위에 대기압보다 높은 양압(Positive pressure) 걸어주는 것이다. 인간의 호흡은 횡격막과 내외 갈비 사이근의 운동으로 폐에 공기를 빨아들인다.  허파 내부에 음압(Negative pressure) 형성하여 공기를 들이마신다. 만약 코에 대기압보다 높은 양압을 걸어주면 당연히 많은 공기가 폐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아주 너무나 당연한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코마개 같은  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냐는 것이다. 베개만 바뀌어도  자는 사람이 많은데 송풍기로부터 나온 제법 굵은 호스가 연결된 코마개를 하고 예전처럼 자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절실하면 적응한다.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사이에는 평균 10년이란 연옥 같은 시간이 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말이다. 천수를 누린다고 수명은 하늘이 준 것이란다. 그렇지만 건강수명 이후의 시간은 차라리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는 양압기 착용이 내 건강수명을 늘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수면검사는 양압기를 사용하고 무호흡증이 개선되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정 양압이 얼마인지를 찾는 것이다. 5 hPa의 낮은 양압에서도 내 수면무호흡증이 개선되었다. 5 hPa의 값은 대기압의 약 0.5%에 지나지 않는 매우 낮은 압력이다. 수면검사에서도 확인되었다고 했지만 나도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나는 샤오미의 미 밴드 3을 지난 몇 년 동안 항상 차고 살았다. 아이폰과 연동되어 수신 알림 기능만을 사용하였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는 스마트폰의 진동은 못 느낄 때가 많지만 손목에 차고 있는 미 밴드의 진동은 확실히 느낀다. 그리고 미 밴드 3에는 아주 초보적인 수면 측정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가속도 센서와 심박 센서 만으로 총 수면시간 및 깊은 수면의 비율을 측정하여 아이폰의 앱으로 보여준다.


양압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평균 총 수면시간이 8시간이고, 깊은 수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25%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양압기 사용 이후에는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이고, 깊은 수면이 50% 전후를 차지한다. 깊은 수면 2시간이 3시간으로 늘어나자 6시간 정도만 자면 새벽에 저절로 깬다. 그리고 컨디션도 아주 개운하다. 여명을 느끼며 책 읽는 시간이 생겼다.


잠이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었다. 인생이 엄청 늘어났다. 건강수명만 늘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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