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Apr 03. 2022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프라이드가 왜 오만으로 번역된 거야?

볼까 말까 망설였다.


일요일 밤, 곧 TV에서 '오만과 편견'이란 영화가 상영된다. 아이폰으로 영화에 대한 내용을 재빨리 검색했다. 줄거리를 훑으니 결국 사랑이야기란 느낌이 온다.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남자는 여자 주인공을 찾아보고 여자는 남자 주인공을 먼저 확인하겠지? 여주인공의 이름이 키이라 나이틀리였다. 본 듯한 얼굴이다. 2005년 영화인데 배경은 산업혁명 이전 영국이다. 말과 마차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흔한 사랑 이야기가 내게 감흥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망설였다. 아직 잠이 올 시간은 아니다. 영화는 시작되었고 나는 아직도 검색 중이다. 영화 제목이 마음에 걸린다. 영어 'Pride'가 왜 오만으로 번역된 거지? 프라이드는 자부심이나 자존심이라고 번역해야 맞지 않나? 오만이란 단어는 좋은 뜻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프라이드는 좋은 뜻인데....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좋은 소설 한 편을 읽는 것만큼이나 좋은 기억과 여운을 남긴다. 책 한 권을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에 비하면 영화 한 편 보는데 보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니 시간을 절약하는데 아니 인생을 아끼는데 좋은 방편이기도 하다. 뻔한 사랑 스토리지만 화면이 계속 바뀌어 지루하지 않다. 적당한 배경음악은 영화를 더욱 우아하게 만든다. 비 오고 안개 끼는 영국의 자연도 영화로 보니 좋아 보인다. 소위 영상미와 음악이 돋보이는 영화다. 내게는 여주인공 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과 표정이 여운을 남겼다.


딸만 다섯인 베넷 부인은 딸들을 돈 많고 좋은 집안으로 시집보내는 것이 여생의 목표다. 수입이 일 년에 얼마가 되고 상속받은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가 신랑감의 중요한 기준이다. 그 당시의 영국 사회에서도 결혼은 거래였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여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사랑 없는 결혼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자부심 강한 처녀다. 그 당시 영국의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둘째 딸이고 인물도 언니에 비해서 떨어지는 엘리자베스는 결코 그런 프라이드를 가질 수 없는 처녀다. 그런 엘리자베스의 프라이드는 한 밤 중에 베넷가에 쳐들어온 캐서린 부인과의 대화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장면에서 프라이드는 오만이 아니고 엘리자베스의 자부심임을 나는 깨달았다. 또한 엘리자베스의 결혼을 승낙하는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웃으며 말한다. "난 너(처럼 자부심 강한 딸)한테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구나!"


결국 자부심 강한 엘리자베스는 백마 타고 홀연히 나타난 귀족 남자의 청혼을 처음에는 편견 때문에 거절한다. 하지만 이후의 사건들을 통하여 자신이 편견에 치우쳤음을 깨닫는다. 다행히 청혼을 거절당한 백마 타고 왔던 왕자는 떠나지 않고 기다린다. 안개 낀 시골 초원에서 새벽에 우연히 만난 여자와 남자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한다.


해피엔딩이라 푹 잘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백마 타고 오는 착한 왕자는 동화나 소설 속에만 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환상인 것이다. 환상 속에 몰입하여 결코 오지 않을 왕자를 기다리는 자부심 강한 처녀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미국의 대학생 비율이 여자가 세 명이고 남자가 두 명이란다. 대학을 졸업한 여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남자를 배우자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한 여자 세 명 중에 한 명은 결코 짝을 찾을 수 없다. 괜찮은 처녀들은 많지만 그에 비해 괜찮은 총각들이 부족하다. 혼인건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투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