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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24. 2023

브런치 중독

인스타 브레인

학교나 직장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을 멈추기가 어려운 게 이상한가? 스마트폰을 집어 들지 않으려면 정신적인 에너지를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상한가?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질 정도로 스마트폰이 매혹적인 게 이상한가? 10분에 한 번씩 새로운 경험과 보상을 제공하는 존재와 떨어지게 되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지어는 패닉에 빠지는 게 이상한가?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안 그런가?

- 안데르스 한센의 ‘인스타 브레인’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보면 음식 사진이 참 많다. 왜 그렇게 음식 사진이 많을까? 왜 그렇게 사람들은 맛집에 열광할까? 맛집 투어란 여행 스타일이 있을 정도다. 왜 뷔페식 식당에만 가면 가능한 많이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길까? 이런 의무감이 거의 본능적이라 난 의식적으로 뷔페식 식당을 가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조식 뷔페가 포함된 호텔이나 리조트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선호한다는 얘기다.


수십 만년 동안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던 우리의 조상들은 많이 굶어 죽었다. 굶어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은 우리의 조상들이 자식을 낳아 유전자를 남겼다. 먹을 것에 환장하던 호모 사피엔스들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보니 우리가 음식에 열광하고 환장하는 것이다. 비만과 당뇨 환자가 많은 것이 당연하다.


SNS는 공유하는 것이다. 생각을 공유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특별히 맛있는 것을 내가 먹게 되었음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음식 사진을 찍고 인스타나 페북에 올리는 것이다. 새 차를 산 기쁨을 공유하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특별한 곳(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곳)에서 사진 찍고 내가 존재했음을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 내가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인스타 브레인에 있는 내용이다. 600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가 있었다. 이즈음은 페이스북보다 이미 인스타나 유튜브로 대세가 넘어간 것으로 보아 제법 시효가 지난 조사결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도 페이스북은 그 자체만으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인스타에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페이스북과 공유함으로 조사결과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반수가 긍정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단다. 그 사람들이 아직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수시로 열어본다. '남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좋겠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과반수란 얘기다.


그러나 3분의 1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단다. 부정적인 감정의 대표는 질투였다. 페이스북에서 질투란 좋지 않은 감정을 자주 느끼다 보면 결국 페이스북을 접는다. '너희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조오켔다. 그런데 난 왜 이모양이지. 씨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접었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러다 보니 이즈음은 페이스북의 상당수가 광고들이다. 더욱 사람들을 떠나게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어떤 것을 봤을 때 질투를 느낄까? 새 차일까, 아니면 새로 리모델링한 집일까? 둘 다 아니었다. 질투의 대상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이었다. 이국적인 곳에서 찍은 휴가 사진이 비싼 소파나 벤츠나 포르셰보다도 질투를 더 유발했다. 새 차나 새 집에 대한 질투보다 새 경험에 대한 질투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경험은 경험으로 끝난다. The End. 그러나 차나 집은 to be continued. 유지 보수하느라 돈이 들어가고 관심이 들어간다. 결국은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 소유하는데 돈 쓰지 말고 존재하는데 쓰란 말도 있다. 여기서의 존재가 경험이다.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가장 많이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 경험이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여행사진이 많다. 여행사진과 음식사진을 제거하면 SNS에 남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행복한 감정의 지속시간이 짧은 것이 문제다. 행복을 유지하려면 계속 여행하고, 매일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


나는 인스타나 페이스북 같은 SNS 중독은 아니지만 브런치 중독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브런치 앱을 연다. 조회수 통계를 확인하고, 알림(좋아요와 구독)을 열어보고, 이미 발행한 글을 수정하고, 임시 저장된 글들에 내용을 추가하고 가끔 완성하여 발행한다. 피드 된 글들을 읽다가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글을 읽고 쓰고 수정하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한 적 없다.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죄의식을 느낀 적 없다.


읽고 쓰는 행위는 의식이 명료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찌민 푸미홍 스타벅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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