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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Sep 16. 2022

이제 뭘 하지?


"도민이 이제 뭘 하지?"

도민이는 만 세 살 반이 갓 넘은 외손자다. 도민이는 인생의 전부가 노는 것이다. 놀면서 밥을 먹고, 밥을 먹으면서도 논다. 그래서 애엄마 지민이가 도민이 밥 먹이는 것이 매끼 힘들다. 낮에 신나게 뛰어놀아야 그나마 피곤해서 일찍 잔다. 보통은 노는 것이 신나서 잠을 안 잔다. 그래서 내 딸 지민이가 도민이를 매일 재우는 것이 힘들다. 장난감 갖고 놀거나 뛰어놀다가 딱히 놀 일이 끊기면 "도민이 이제 뭘 하지?"하고 아빠 엄마에게 묻는다. 뛰어 놀 일은 됐으니 유튜브 보여달란 말을 도민이는 이렇게 한다. 심심하니 유튜브라도 보여 달란다. 거실의 TV도 좋고, 엄마나 아빠의 스마트폰도 좋다. 유튜브 보는 시간이 그나마 도민이가 얌전한 시간이다. 엄마와 아빠는 유튜브 보여주고 싶지 않지만 그나마 도민이를 진정시키려면 어쩔 수 없다. 음식점에서 유튜브에 몰입한 도민이를 옆에 두고 엄마와 아빠는 밥을 먹는다.


"은퇴하고 이제 뭘 하지? 정년퇴직하고도 활동하는 목적이 뭐지? 경제적 이익? 건강유지? 살아 있음을 확인? 심심해서?"

대학 친구들과의 대화방에서 한 친구가 묻는다. 추석 연휴 중에 심심했는지... 대부분의 내 친구는 은퇴했거나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다른 친구가 답한다.

"돈벌이가 아니라도 살아 있는 한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하는 거지. 딱히 은퇴하지 않는 거지. 심심하지 않게 놀 수 있으면 놀든지..."

"난 노는 것이 재미있지 않은 것 같아."

노는 것이 재미있지 않다니? 진정으로 놀 줄을 몰라서 그렇다. 아니면 고민거리가 있어서 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후자이려니 한다. 불안, 걱정, 근심거리가 없을 수 있을까? 도민이라면 몰라도...


"이제 뭘 하지?"

모든 호모 사피엔스가 살면서 끊임없이 되묻는 것 아닐까? 인생은 주어진 시간이고 먹고 자는 것은 규칙적으로 이루어진다. 노동도 보통 매우 규칙적이다. 노동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고정하고 그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이다. 그렇게 64년을 살았다. 건강수명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내 건강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나도 모른다.


이제  하지를 생각한다는 것은 자유인이라는 것이다. 노예와 같은 생을 살고 있다면 이제   것이냐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여유가 없다. 먹을 음식을 구하고 비와 맹수를 피할 거처를 구해야 하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호모 사피엔스는 이런 고민할 이유가 없다. 여유가 없다.


은퇴를 앞두고 이제  하지를 생각한다는 것은 행복한 것이다. 자유인이라는 것이다. 선택할  있는...

노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도민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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